[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공격으로 홍해행 송유관이 손상되자 오만을 통한 원유 우회 공급에 나섰다. 오만 소하르항 앞바다에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 방식으로 아시아 정유업체들에 추가 원유 물량을 공급하면서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이에 국제유가는 16일(현지시간) 2% 안팎 하락했다. 미 동부 시간 오전 8시 50분(한국 시간 오후 9시 50분) 기준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24달러(1.14%) 하락한 107.38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89달러(1.79%) 떨어진 배럴당 103.69달러를 나타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로 이어지는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손상된 이후 오만 소하르항 앞바다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아시아 정유업체들에 더 많은 원유 선적 물량을 제공하고 있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걸프 지역을 통해 원유를 수출한다는 소식은 공급 차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하루 전 시장을 뒤흔들었던 공급 불안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전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3달러 넘게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해운업계 소식통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원유 수출 거점인 얀부(Yanbu)에서 원유 선적이 중단됐으며, 사우디 정부가 유럽 고객들에 대한 일부 원유 화물 인도를 취소했다고 밝히면서다. 핵심 원유 수출 경로의 차질이 수주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 홍해 막히자 오만으로 우회…공급 불안 완화
다만 중동의 원유 수송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15일 발표된 잠정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선박은 14일 4척으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날 7척보다 줄었고 최근 10일 평균인 18척을 크게 밑돌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수송로다.
그러나 실제 원유 흐름은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쿼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중동 지역에서 적대 행위가 격화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콘덴세이트, 정제제품 흐름은 견조하게 유지됐으며 지난 8월 30일 전투가 재개된 이후 하루 750만배럴 이상으로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 전개와 실제 원유 흐름 사이의 연관성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씨티는 단기적으로 중동의 긴장 고조가 원유와 정제유 가격을 계속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역내 외교적 노력에 힘입어 호르무즈 해협이 2026년 4분기에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 원유는 내렸지만 디젤 공급난은 여전
원유 공급 우려가 다소 완화됐지만 디젤 시장의 공급 부족은 계속되고 있다.
디젤 가격의 벤치마크인 유럽 가스오일 선물은 14일 장중 지난 4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뒤 사상 최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15일에는 가격이 다소 하락했지만 연료 시장의 공급 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나가닷컴(Naga.com)의 프랭크 발바움 애널리스트는 "디젤 강세는 높은 원유 가격에 디젤 자체의 공급 부족까지 겹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중동에서 공급받던 디젤과 항공유 물량을 상당 부분 잃었고, 동유럽의 긴장이 지속되면서 러시아 주요 정유시설 여러 곳의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며 "이에 러시아는 연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의 전국 평균 디젤 가격도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섰다.
러시아 정부는 연료 생산업체에 적용되는 디젤 수출 제한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가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타우노보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거나 러시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디젤 가격은 지지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美 원유 재고 710만배럴 급증…유가 추가 압박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크게 늘어난 점도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시장 소식통들이 미국석유협회(API) 자료를 인용한 데 따르면 9월 11일로 끝난 한 주 동안 미국 원유 재고는 710만배럴 증가했다.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도 함께 늘었다.
이는 시장 예상과 크게 엇갈린 결과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원유 재고가 약 16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