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이 21일 7만7000달러를 돌파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기관 자금이 이틀 연속 대거 유입된 데다,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환매) 확대가 금융시장 유동성 개선 기대를 키웠다. 하락에 베팅했던 숏 포지션이 이틀간 40억달러 넘게 강제 청산되면서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한국 시간 오후 6시 50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8.27% 오른 7만7993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일주일 동안 약 23% 상승했다. 이번 주 초만 해도 6만4000달러를 밑돌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1만3000달러 넘게 뛰었다. 시가총액은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약 12만6000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 40% 낮다.
알트코인도 일제히 뛰었다. 이더리움(ETH)은 약 6% 오른 2404달러를 기록해 최근 일주일 동안 28% 상승했다. 하이퍼리퀴드의 HYPE는 주간 기준 약 31% 올랐고, 도지코인(DOGE)은 이날 약 10%, 솔라나(SOL)는 5% 넘게 상승했다.
◆ ETF에 이틀간 11억달러…기관 매수세 붙었다
이번 랠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관 자금이다. 소소밸류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0일 하루 6억6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전날 5억1700만달러에 이어 이틀간 11억달러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하루 유입 규모도 전날보다 커졌다.
이더리움 ETF에도 2억2100만달러가 들어왔다. XRP와 솔라나 펀드에도 각각 1300만달러와 15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ETF 자금 유입은 이번 비트코인 상승이 단순한 숏스퀴즈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비트코인은 수요일 6만90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목요일 7만2000달러, 금요일에는 7만7000달러를 차례로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ETF 자금 유입도 가속했다.
◆ 숏 포지션 이틀간 40억달러 증발…상승이 상승 불러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대규모 강제 청산도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올렸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암호화폐 시장에서 총 14억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 가운데 약 12억달러가 숏 포지션이었다. 청산된 투자자는 15만6211명에 달했다.
전날에는 약 30억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이 사라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하루 기준 최대 규모다. 이틀간 청산된 숏 포지션만 40억달러를 넘어섰다.
숏 포지션의 강제 청산은 추가 상승을 부르는 구조다. 비트코인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강제 청산되면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한 매수가 발생한다. 이 매수로 가격이 더 오르면 다른 숏 포지션이 다시 청산되는 연쇄적인 '숏스퀴즈'가 나타날 수 있다.
◆ 美 국채 바이백 확대가 불붙였다…유동성 기대 확산
이번 랠리의 출발점에는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있었다.
미 재무부는 19일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두 배 늘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0일에는 장기 국채를 정기적으로 바이백하고 향후 매입 규모를 40억달러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국채 수익률이 기초적인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우리에게는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고 말했다.
국채 바이백은 채권 가격을 떠받쳐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미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인 국채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장기 금리가 안정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자금 유입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리스크 디멘션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코너스는 이번 조치를 미 정부가 장기 차입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바이백 규모는 작지만 향후 재무부의 지원이 월 100억~300억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코너스는 은행의 미 국채 보유 여력에 영향을 미치는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까지 완화될 경우 비트코인의 거시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런 여건이 현실화되면 비트코인이 18만달러를 향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목표 가격 범위를 18만~36만달러로 제시했다.
◆ 트럼프도 암호화폐 법안 처리 촉구
워싱턴발 정책 기대도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백악관 행사에서 의회에 가상자산(암호화폐) 규제 법안인 '클래리티법안'(Clarity Act) 처리를 촉구했다. 행사에는 코인베이스와 제미니, 리플, 체인링크 랩스 등 주요 암호화폐 업체 경영진이 참석했다.
시장에서는 이 법안이 미국 암호화폐 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최근의 강세 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너스는 명확성법이 9월 15일 전후까지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비트코인이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비트코인 급등에 스트래티지도 14억달러 평가익
비트코인 급등으로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MSTR)도 다시 수익 구간에 들어섰다.
스트래티지는 현재 비트코인 84만447개를 평균 7만5385달러에 보유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7만7000달러를 넘어서면서 미실현 이익은 약 14억달러, 수익률은 2.4%로 올라섰다.
지난 7월 비트코인이 5만8000달러까지 떨어졌을 당시 스트래티지의 미실현 손실은 약 130억달러에 달했다. 최근 비트코인 급등으로 이 손실을 모두 만회한 셈이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이날 개장 전 거래에서 10% 오른 120달러를 기록하며 두 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 사흘 새 수직 상승…다음 주 ETF 자금이 시험대
단기적으로는 지나치게 빠른 상승 속도가 부담이다. 비트코인은 이번 주 초 6만4000달러 아래에서 금요일 7만7000달러 위까지 수직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숏 포지션 강제 청산에 따른 기계적인 매수세가 가격 상승을 증폭시킨 만큼 청산이 진정되면 상승 탄력이 빠르게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랠리가 새로운 상승 추세로 이어질지를 가를 핵심 변수는 ETF 자금 흐름이다. 기관의 ETF 매수세가 다음 주에도 이어지고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이 장기 금리를 안정시킨다면 최근 가격 돌파에 보다 탄탄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반대로 ETF 자금 유입이 둔화하고 숏스퀴즈 효과까지 사라질 경우 단기간 급등한 만큼 가격이 빠르게 상승분을 반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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