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8-06 15:04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대한 관세를 24시간 내에 올리겠다고 5일(현지 시간) 오전 밝혔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일(현지 시간) NDTV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인도는 좋은 교역 상대국이 아니었다"며 "인도는 우리와 많은 사업을 하지만 우리는 인도의 관세가 너무 높아 인도와 거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는 (인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앞으로 24시간 내에 관세율을 상당히 인상할 것"이라며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쟁 기계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나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인도는 역대 최고 관세를 부과하던 상황에서 우리가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그들의 행태 때문에 이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인도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인상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인도는 막대한 양의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뿐만 아니라 구매한 석유의 많은 부분을 공개 시장에서 판매해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나는 인도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인도에 25%의 상호 관세와 함께 '벌칙'을 부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인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부당한 조치"라며 맞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도 미국을 비판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사실상 러시아와 무역 관계를 단절하도록 강요하는 수많은 위협적 성명을 듣는다"며 "그런 성명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주권 국가들은 자신의 무역 상대, 무역 및 경제 상대를 골라야 하고 그럴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그들 스스로 국가에 이익이 되는 무역·경제 협력 방식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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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산 원유가 미·인 관계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된 상황에서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해서 구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도 정부는 러시아산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모든 석유를 구매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비즈니스 스탠다드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가 7일부터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벌칙성' 관세를 어느 정도로 언제부터 적용할지 불확실해 9월 인도될 러시아산 원유 거래 계약은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한편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하루 10만 배럴 미만(전체 수입량의 2.5%)에서 2023년 하루 180만 배럴(전체 수입량의 39%)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스탠다드가 5일 인용한 무역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220만 배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미국의 관세 위협 및 대러 제재 속에서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