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8-05 14:33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대량 구매를 문제 삼으며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인도가 부당한 요구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4일(현지 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인도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인도는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유 수입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표적이 되어 왔다"며 "인도는 우크라이나 충돌 이후 (인도로 오던) 전통적 공급 물량이 유럽으로 향하면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하루 10만 배럴 미만(전체 수입량의 2.5%)에서 2023년 하루 180만 배럴(전체 수입량의 39%)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변인은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원자력 산업을 위한 육불화우라늄과 전기차 산업을 위한 팔라듐, 비료와 화학물질을 수입하고 있다"며 "다른 주요 경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는 국익과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장려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인도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은 당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의 이러한 수입을 적극 장려했다"고 밝혔고, 하르딥 싱 푸리 인도 석유가스부 장관은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도가 세계 에너지 가격 안정에 도움을 주었고, 미국이 이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푸리는 당시 인터뷰에서 "만약 그 시점에 인도나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했다면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올랐을 것"이라며 "당시 우리는 러시아산 석유를 가격 상한선 내에서 구매하라는 미국 측의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뒤 미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서고 이로 인해 러시아산 석유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경우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더 급등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에릭 가르세티 당시 주 인도 미국 대사 역시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와 관련해 "우리는 누군가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기를 바랐다"고 언급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인도는 막대한 양의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뿐만 아니라 구매한 석유의 많은 부분을 공개 시장에서 판매해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나는 인도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인도에 25%의 상호 관세와 함께 '벌칙'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인도와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7일 상호 관세 발효를 앞두고 추가 관세율 적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도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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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