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인공지능(AI) 관련주 비중이 큰 아시아 주식시장에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오는 3일(현지시간) 투표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AI 업계와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의회 감독이 강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국·대만 관련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대만 반도체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상·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의회 수성은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에 비교적 유리한 시나리오다. 정책 연속성이 유지돼 미국 AI 설비투자와 관련된 공급망 기업이 수혜를 계속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공화당 수성은 예상 밖 결과에 가깝다. 여론조사와 예측시장은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가능성을 크게 점친다.
이번 중간선거는 AI 관련주에 대한 우려가 커진 시점에 치러진다. 높은 차입 비용 속에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지속성과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터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센터·전력 비용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선거 결과는 중요 변수가 됐다. 레이리언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포트폴리오 운용 책임자는 "AI에 대한 위협은 한국·대만·일본 증시 투자심리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산 자원을 비롯한 AI 인프라 수요 자체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애버딘인베스트먼츠의 프룩사 이암통통 아시아태평양 주식 책임자는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이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을 비롯한 장기 AI 투자의 필수 공급자인 만큼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타격이 일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울 책임자가 부담 요인이 AI 수요에 있다기보다 투자심리에 있다고 했다.
◆중국·일본 증시 영향
민주당 압승 시나리오에서 중국 증시가 받을 부담은 AI 공급망 비중이 큰 한국·대만보다 작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 책임자는 AI 관련 위협이 중국 증시에 미칠 부담은 한국·대만·일본보다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정에너지에 대한 민주당의 지지가 공화당보다 강한 만큼 중국 태양광·배터리·전기차 기업 투자심리는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CATL(300750)과 비야디(002594), 양광전원(300274) 등이 대표적인 관련 기업으로 거론됐다.
통상 분야에서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되레 오히려 아시아 증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내 의제가 의회에 제약될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등 행정 권한에 더 의존할 수 있어서다. BNP파리바스시큐리티스차이나의 웨이 리 멀티에셋 투자 책임자는 관세와 통상을 시장 반응이 가장 큰 경로로 꼽고 분점 정부(대통령 소속 정당이 양원 중 한 곳 이상에서 다수당이 아닌 정부)에서 무역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어느 당이 의회를 장악하든 중국 증시가 처한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는다는 판단에서다. 매뉴라이프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준 추아 아시아 주식 책임자는 중국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술력을 높여 온 만큼 미국 정책 변화의 영향을 일정 부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선거 이후 안보 정책과 유가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후 이란 공습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고미캐피털의 무라마쓰 가즈유키 투자운용 책임자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다가서면 중간선거 후 증시 상승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BNP파리바스의 리 책임자는 공화당이 의회를 지키면 현 국방 지출 기조가 유지돼 일본 방산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달러 향방
민주당의 의회 다수당 확보는 금리 면에서 아시아 금융시장에 우호적일 수 있다. 코먼웰스뱅크오브오스트레일리아의 캐롤 콩 전략가는 민주당 의회가 추가 재정 확대를 제약해 미국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롬바르드오디에르는 미국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시장에 간접적인 지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NP파리바스의 리 책임자는 아시아 수출 기업과 현지 통화 채권도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압승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 웨스트팩뱅킹코퍼레이션의 리처드 프라눌로비치 외환전략 책임자는 민주당 압승 결과에 따라 미국·이란 간 타협 신호와 AI 투자 감시 강화가 겹치면 최근 달러 강세가 되돌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콩 전략가는 공화당이 크게 패배하면 달러 매도가 늘고 정책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대체 안전자산로 분류되는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선거 분석업체 쿡폴리티컬리포트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을 점쳤다. 하원 과반은 전체 435석 가운데 218석이다. 현재 의석은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 무소속 1석, 공석 2석이다.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지난달 30일 민주당 의석이 227~240석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입소스의 지난달 22~26일 조사에서도 투표 의향 유권자 지지율은 민주당(53%)이 공화당(44%)을 앞섰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근소한 우세로 평가된다. 상원 과반은 전체 100석 가운데 51석이다. 50대 50 동수가 되면 공화당 소속 JD 밴스 부통령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만큼 현재 47석인 민주당은 4석을 순증해야 다수당이 된다. 선거 분석업체 디시전데스크HQ는 지난달 31일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확보 확률을 63%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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