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증시가 유가와 국채 수익률 상승이라는 부담에도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시장 구조와 강한 기업 실적 전망, 견조한 소비 등이 거시경제 불안에 따른 충격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부담이 아직 기업들의 이익 전망을 크게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6일 고점 이후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주요 지수는 여전히 고점 부근을 유지했다.
◆ 기술주·실적이 증시 지탱…연말 랠리 기대
월가에는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S&P500의 구성을 보면 이 말은 점점 더 들어맞고 있다.
S&P500의 약 40%를 기술주가 차지하면서 지수 전체가 경기순환적 우려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은 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탄탄한 재무구조와 높은 성장성을 갖춘 대형 기술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은 최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올해 들어 한동안 제자리걸음하던 이들 종목은 최근 3개월 동안 11% 상승했다.
반면 실물경제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월 초 기록한 최고치보다 6% 이상 낮은 수준이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도 증시를 지탱하는 요인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3분기 혼합 이익 증가율은 29%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5%를 넘는 이익 증가율이 3개 분기 연속 이어지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강한 기업 실적과 긍정적인 향후 전망이 이어질 경우 유가와 금리 상승 같은 거시경제 악재에도 연말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업종처럼 이익 증가율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강한 실적이 증시 전반의 상승세 확산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 높은 금리에도 소비·고용 견조…AI 우려 속 버팀목
국채 수익률이 수십 년 만의 고점에 올랐지만, 높은 자본 비용이 아직 주식시장에 의미 있는 타격을 주지는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높은 국채 수익률을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빠른 성장의 비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금리 수준이 역사적으로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온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용 스프레드가 낮게 유지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오를 수 있는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국채 수익률이 계속 오를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남는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도 증시를 지탱하는 요인이다. 최근 소매판매 지표 호조는 미국인들의 경제 자신감이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소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용시장도 AI의 일자리 대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버티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 속도는 둔화했지만 실업률은 4.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행과 레저 등 경험을 위한 소비가 이어지는 한 소비가 경제와 기업 실적을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유가 급등 부담…수개월간 100~120달러 유지해야 증시 타격
유가 급등은 우려 요인이다.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휘발유 가격 상승의 부담을 가장 크게 떠안고 있다. 다만 증시 전반으로 보면 아직 기업 이익 전망을 훼손하지 않고 있다.
최근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6달러 부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3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러셀인베스트먼트의 베이천 린 캐나다 전략 책임자는 최근 몇 주간처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가 다시 내려오는 정도가 아니라, 수개월 동안 100~120달러 수준에 머물러야 주식시장에 본격적인 타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