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과 국제유가·미 국채 금리·달러의 동반 상승에 7일 8만4000달러선까지 밀렸다.
단기 지지선으로 꼽혔던 8만4000달러를 장중 이탈하면서 추가 하락 우려가 커졌지만, 7월 이후 이어진 '계단식 상승' 구조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8만2000~8만3000달러를 중장기 상승 추세를 가를 핵심 지지선으로 보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 40분 기준 비트코(BTC)인 가격은 8만400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6일 8만6600달러 부근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이날 이른 시간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한때 8만3840달러까지 떨어졌다.
주요 알트코인의 낙폭은 더 컸다. 도지코인(DOGE)은 4% 넘게 하락해 9센트 부근까지 밀렸고 하이퍼리퀴드(HYPE)는 약 3% 내린 90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ETH)은 3.6% 하락한 2617달러, XRP는 약 2.5% 떨어진 1.47달러에 거래됐다.
◆ 이란 유조선 공격에 유가↑…금리·달러 동반 상승
이날 암호화폐 시장을 압박한 것은 다시 고개를 든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었다.
이란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브렌트 12월물 선물 가격은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를 다시 자극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2bp(1bp=0.01%포인트) 오른 5.30%로 상승했고 달러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모두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지만 위험자산 선호도 약해졌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한국과 홍콩 기술주 약세에 0.6% 하락했고 미 주가지수 선물도 앞선 상승분을 반납했다.
◆ 8만4000달러 장중 이탈…다음 지지선은 8만3000달러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주요 지지선의 시험대에 올랐다.
FX프로(FxPro)의 알렉스 쿠프치케비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8만4000달러를 단기 핵심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이 가격대를 밑돌 경우 8만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장중 8만384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8만4000달러선을 일시적으로 이탈했다.
다만 보다 큰 흐름에서는 아직 강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암호화폐 거래소 지오투스(Giottus)의 비크람 수부라즈 최고경영자(CEO)는 "10월 7일의 하락은 비트코인의 계단식 상승 흐름을 무효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7월 이후 이전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일정 기간 횡보한 뒤 급등하는 움직임을 반복했다. 차트상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보여 '계단식 상승(stair-step)' 패턴으로 불린다.
7월 중순부터 8월 18일까지는 6만2000~6만7000달러에서 횡보한 뒤 사흘 만에 21% 급등했다. 8월 말부터 9월 중순에는 7만6000~8만1500달러에서 움직인 뒤 9월 19~21일 다시 6.6% 뛰었다.
이후에는 8만3000~8만7000달러가 새로운 거래 범위로 자리 잡았다.
수부라즈는 "8만3000달러가 유지된다면 매도세가 비트코인을 이전 거래 범위로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8만2000~8만3000달러를 지속적으로 밑돌 경우 9월의 상향 돌파가 실패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이전 거래 범위 상단인 8만~8만1500달러가 다시 하락 목표로 떠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8만4000달러, 보다 큰 상승 구조에서는 8만2000~8만3000달러가 핵심 방어선인 셈이다.
◆ FOMC 의사록 대기…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후퇴
시장의 시선은 이날 공개되는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쏠려 있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예상보다 부진한 미국 고용지표가 나오면서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LVRG리서치의 댄 쿠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9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이달 또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이미 9월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다"며 "이제 트레이더들은 의사록이 인내심을 강조할지, 아니면 연말까지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가리킬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美 정부, 1억달러 넘는 암호화폐 이동…"매각과는 달라"
미국 정부 지갑에서 발생한 대규모 암호화폐 이동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아캄(Arkham)에 따르면 미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들은 6일 1억달러가 넘는 암호화폐를 이동시켰다.
미 정부는 당시 약 716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833.599개를 두 개의 주소로 보냈다. 몇 시간 뒤 이 비트코인은 아캄이 코인베이스 프라임(Coinbase Prime)의 입금 주소로 분류한 주소들로 다시 이동했다.
이 가운데 568.7BTC는 포타펜코·투로긴 사건에서 몰수된 자산이었고 264.9BTC는 비트파이넥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압수된 물량이었다.
별도의 미 정부 지갑에서는 약 3163만달러 상당의 BNB 4만285개도 이동했다. 해당 BNB는 알라메다리서치에서 압수한 자산이었다.
미 정부는 현재 약 275억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 법 집행 과정에서 압수한 자산이다. 지금까지 납세자 자금으로 암호화폐를 새로 매입하지는 않았다.
정부 지갑에서 거래소 관련 주소로 비트코인이 이동하면 시장에서는 매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번 이동이 실제 매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논평가 호세 로셀은 "자산을 옮기는 것과 매각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며 "2025년 3월 행정명령에 따라 정부에 몰수된 비트코인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에 보유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초점은 비트코인이 8만3000달러선을 지켜낼 수 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 선을 지켜내면 7월 이후 이어진 계단식 상승 구조가 유지될 수 있지만, 8만2000~8만3000달러를 확실하게 이탈할 경우 8만달러선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