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코스피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정점을 통과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반도체의 이익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지수보다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업종과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반도체 이익 증가율 114%p 하락…"실적 전망 좋아지는 기업 선별해야"
7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예상 순이익 증가율은 지난 8월 328%에서 이달 316%로 12%p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20%를 웃돌며 빠르게 상승했던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코스피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증가율은 지난달 1032%에서 이달 918%로 무려 114%p 떨어졌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의 예상 순이익 증가율은 같은 기간 29%를 유지했다. 전체 코스피 이익 증가율 둔화가 비반도체보다 반도체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저효과 소멸로 이익 증가율의 레벨이 높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익 증가율 하락 국면에서 지수 상승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코스피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가 정점을 찍은 뒤에는 업종별 주가 흐름이 크게 엇갈렸다. 전체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둔화하더라도 이익이 계속 늘어나는 업종에는 투자자금이 몰렸다는 의미다.
실제로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찍은 뒤 3개월 동안 코스피는 평균 2.9% 하락했다. 반면 전년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아진 업종은 평균 3.8% 상승했고, 직전 달보다 이익 증가율이 개선된 업종도 3.9% 올랐다.
코스피 전체의 이익 증가 속도가 떨어져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는 업종은 오히려 지수를 웃돌았던 셈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향후 지수 전체의 이익 증가율보다 실제 이익 전망이 계속 좋아지는 업종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 반도체 제외 코스피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360조' 도달
반도체의 이익 모멘텀이 주춤하는 사이 비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이익 흐름의 변화가 지수 중심의 장세에서 실적 개선 종목을 선별하는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추정치는 7월 초 850조원 부근에서 상향이 멈춘 채 두 달째 횡보 중"이라며 "반면 반도체 제외 코스피 추정치는 하락 국면에서도 꾸준히 올라 360조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수 베팅보다 종목 선별의 실익이 큰 구간"이라며 반도체 이익 추정치가 추가로 빠르게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비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개선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800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반도체에서만 2조4000억원을 빼냈다.
반면 IT하드웨어 3407억원, 증권 1055억원, 에너지 718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반도체를 5조원 순매도한 반면 IT가전과 은행을 각각 4688억원, 3053억원 순매수했다.
종목별로도 외국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1조8181억원, 6405억원 순매도한 반면 삼성전기 2921억원, SK이노베이션 1170억원, 대한항공 835억원을 순매수했다.
◆ 이익률 개선株 뜬다…대한항공·한화엔진 등 주목
변수는 최근 가파른 원화 강세다. 통상 달러/원 환율 하락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맞물려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5년 이후 환율 하락 국면에서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영업이익률을 보면, 전월보다 평균 0.16%p 상승했다.
다만 최근처럼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기업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달러/원 환율은 10%대 하락했다. 2015년 이후 환율이 3개월간 10% 이상 떨어진 사례는 두 차례에 불과했는데, 당시 코스피 예상 영업이익률은 전월보다 평균 0.30%p 낮아졌다.
특히 최근처럼 원화 강세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코스피 기업 전반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원화 강세 속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하거나 오히려 개선할 수 있는 기업을 가려내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 ISM 제조업지수가 50 이상인 확장 국면에서 하락하고 달러/원 환율이 하락했던 시기에 영업이익률 개선 폭과 개선 확률이 높았던 기업 가운데 올해 3분기에도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을 추렸다.
영업이익률 개선 폭이 가장 큰 곳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률은 2분기 -2.9%에서 3분기 4.9%로 7.8%p 높아지며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한화엔진은 10.5%에서 15.4%로 4.9%p 상승하고 삼성전기는 12.7%에서 15.8%로 3.1%p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삼성전자 52.2%→55.2%(+3.0%p), 한국항공우주 4.2%→6.8%(+2.6%p), 이수페타시스 20.3%→22.3%(+2.0%p),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4.7%→16.1%(+1.4%p), 현대글로비스 5.7%→6.8%(+1.1%p), 삼성바이오로직스 44.4%→45.2%(+0.8%p), S-Oil 8.5%→9.3%(+0.8%p), 삼성물산 8.6%→9.0%(+0.4%p), HD한국조선해양 18.4%→18.5%(+0.1%p) 순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과거 같은 시장 환경에서 영업이익률 개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기업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의 주도주 지위가 당장 끝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지난 8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09% 증가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216% 늘었다. 코스피 전체 순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70%를 넘어선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펀더멘털이 양호하더라도 지난 6월과 같은 연속적 급등은 재현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도 "코스피 순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기 때문에 반도체 비중 확대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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