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8월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약 5배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비반도체 성장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대형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2차전지와 전력인프라, 바이오 등으로 매수세가 확산했다.
증권가에서는 9월에도 반도체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경우 실적과 수급이 뒷받침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8월 한 달 코스닥 15.9% 상승…개인 투자자 몰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첫 거래일인 3일부터 31일까지 코스닥은 719.76에서 834.29로 15.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6595.45에서 6820.02로 3.40% 올랐다. 코스닥 상승률이 코스피의 약 4.7배에 달한 셈이다.
세부 지수로 범위를 좁혀도 격차는 컸다. 코스닥150은 1214.60에서 1444.04로 18.89% 뛰었다. 코스피200은 같은 기간 1046.81에서 1071.85로 2.3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150 상승률이 코스피200보다 16.50%포인트 높았다.
8월 초 증시 급락 이후 반등 과정에서도 두 시장은 차이를 보였다. 코스피는 월중 등락을 반복하며 7000선 문턱까지 올라섰다가 6820.02로 8월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은 월초 700선 초반에서 빠르게 반등한 뒤 800선을 회복했고 월말까지 상승분 상당 부분을 지켜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8월 개인은 코스닥에서 2조151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조8344억원, 기관은 3645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기타법인은 452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도 우위를 보였는데도 코스닥이 16% 가까이 오른 것은 개인 자금이 성장주와 테마주를 중심으로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수급도 개인 매수와 외국인·기관 매도가 맞섰다. 개인은 3조235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10조175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5조642억원을 순매도했다. 기타법인은 11조994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코스피가 3.40% 상승했다는 점은 눈에 띈다. 다만 코스닥에서는 개인 순매수가 지수 상승과 맞물린 반면 코스피에서는 기타법인의 순매수 규모가 12조원에 육박해 시장별 수급 구조에는 차이가 있었다.
◆ 2차전지 지수 32% 뛰었다…전력·바이오도 20%대
주도 테마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주요 테마지수 가운데 KRX K-AI 2차전지 지수는 지난달 3일 3012.92에서 31일 3992.21로 32.50% 급등했다. 코스피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9배를 웃돈다.
이 외에도 KRX-Akros AI 전력인프라 지수 24.01%, KRX 2차전지 TOP10 지수 23.35%, KRX K-AI 바이오테크코스닥 지수 21.91%, KRX 기술이전 바이오 지수 19.41%, KRX 전기차 Top15 지수 13.93% 등이 상승했다.
2차전지와 바이오는 앞선 증시 상승 국면에서 반도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가 탄력이 제한됐던 대표적인 성장 업종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기대가 전력인프라 종목으로 번지면서 8월에는 반도체 이외 성장주의 상승 여력이 부각됐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2차 전지와 화장품은 외국인의 선호도가 높으며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는 섹터"라며 "8월의 모멘텀이 9월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두 섹터를 대체할 수 있는 섹터가 부재한 것 또한 기존의 모멘텀이 강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 한 달 만에 3배 뛴 종목도…중소형주 '불장'
개별 종목의 상승 탄력은 더욱 컸다. 8월 코스닥 상승률 1위는 화장품 업체 본느로 1주당 기준가는 1677원에서 6600원으로 293.56% 급등했다. 한 달 만에 주가가 약 4배 증가한 것이다.
이어 탑코미디어 288.38%, 넥사다이내믹스 244.48%, 비케이홀딩스 149.55%, 오가닉티코스메틱 138.42%, 비투플러스 116.57%, 마이크로컨텍솔 102.43%, 알트 100.35% 등의 순으로 상승했다.
코스피에서도 중소형주의 약진이 나타났다. 금호전기의 주당 가격이 4115원에서 1만2480원으로 203.28% 뛰어 월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혜인 188.47%, SHD 163.35%, 삼아알미늄 134.81%, NHN 100.27%, 엘앤에프 100.14%, 키다리스튜디오 100.0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코스피 상승률 상위권에서도 삼아알미늄과 엘앤에프 등 2차전지 관련 종목이 두각을 나타냈다. 지수 단위에서 확인된 2차전지 강세가 일부 개별 종목의 높은 수익률로도 이어진 것이다.
다만 월간 수익률 상위 종목에는 개별 기업 이슈로 급등한 소형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를 모두 시장 주도주의 변화로 해석하기보다는 코스닥150과 테마지수 등 대표 지수까지 함께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반도체 쉬자 순환매…9월에도 이어질까
시장에서는 8월 증시를 상반기 반도체 중심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업종의 재평가 과정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상승 탄력이 둔화한 사이 2차전지와 바이오, 전력인프라 등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면서 지수보다 종목을 선택하는 장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거래대금 감소도 종목별 차별화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 자체가 빠르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는 모든 업종이 동시에 상승하기보다 실적과 정책, 수급 등 상승 재료를 확보한 업종으로 제한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반도체가 쉬어도 올랐던 전례가 있다"며 "9월에도 국내 주식시장은 업종 선순환매 장세 속 회복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 추천으로는 "이익 모멘텀이 유효한 소매(유통), 증권, IT하드웨어, 방산, 화장품 등 여타 주요 업종을 같이 들고 가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신중호 LS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박스권 흐름 아래 순환매를 전망한다"며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반도체가 쉬면 움직일 업종과 종목은 상당수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AI 관련 선호 업종에서는 IT 소프트웨어와 에너지 인프라(건설·전력기계·원전), 소부장을 선호한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순응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은행과 보험, 퀄리티를 갖춘 소외주 등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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