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15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차익실현 매물과 국채 수익률 급등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며 인공지능(AI) 중심의 뉴욕증시 랠리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25분 기준 다우존스 E-미니 선물은 437.00포인트(0.87%)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미니 선물은 93.00포인트(1.24%), 나스닥100 E-미니 선물은 496.25포인트(1.67%) 떨어졌다.
특히 최근 급등세를 이어왔던 반도체와 AI 관련 기술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됐다. ▲인텔(INTC)은 4% 하락했고 ▲AMD(AMD)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엔비디아(NVDA)는 각각 2% 안팎 내렸다. 전날 나스닥 상장 첫날 68% 폭등했던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BRS)도 개장 전 거래에서 4% 하락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 전망을 제시했음에도 2% 가까이 하락했다. ▲마벨 테크놀로지(MRVL)는 6%, ▲ASML(ASML)과 ▲Arm(ARM)은 각각 3.5% 넘게 떨어졌다.
아담 크리사풀리 바이털 날리지(Vital Knowledge) 창립자는 "최근 몇 주간 기술주 상승세는 극도로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며 "헤드라인과 무관하게 차익실현 압력에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 미 국채 금리 급등…"AI 랠리 경고 신호"
시장 불안을 키운 것은 급등한 국채 금리였다. 글로벌 차입 비용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54%까지 치솟으며 2025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국채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 장기화가 물가를 자극하고 경제 성장에는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최근 일주일 사이 두 배 이상 상승해 약 40% 수준까지 올라갔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브렌트유 선물은 약 2% 오른 배럴당 108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 상승한 배럴당 104달러를 기록했다.
이란과 미국 간 2개월 반 넘게 이어진 충돌을 끝내기 위한 협상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쿼트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동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가격은 더 상승하게 된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와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고, 추가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까지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려한 실적과 더 화려한 실적 기대감에 가려 많은 기술주 투자자들이 외면해온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
◆ 미·중 정상회담 기대 이하…보잉·항공주 약세
투자자들은 이날 종료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양국은 무역, 관세, 이란, 대만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의 대형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가 전한 미국 측 회담 결과문에 따르면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유지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크리사풀리는 "회담에서 나온 몇 안 되는 헤드라인 가운데 하나였던 보잉 주문 발표조차 기대 이하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보잉(BA)의 주가는 전날 약 5%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기존 시장 예상보다 단 50대 많은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출 규제는 이번 미·중 회담의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강세를 나타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펀드가 마이크로소프트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1% 가까이 상승했다.
의료기기업체 ▲덱스컴(DXCM)은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와 협력해 독립 이사 2명을 선임하고 핵심 이사회 위원회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뒤 3.5% 상승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스페이스 스테이션(GEMI)은 윙클보스 캐피털 펀드로부터 1억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한 뒤 개장 전 거래에서 20% 넘게 급등했다.
유가 급등 영향으로 항공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델타항공(DAL)은 0.3% 하락했고 ▲유나이티드항공(UAL) ▲사우스웨스트항공(LUV) ▲알래스카항공(ALK)은 0.9~1.3%가량 떨어졌다.
전날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다시 5만선을 회복했고, S&P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7500선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AI 열풍이 증시 랠리를 이끌어왔지만, 최근에는 상승세가 대형 기술주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시장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흐름이 사실상 약해졌다"며 "현재 시장은 기술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주요 지수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