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레버리지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살아나면서 담보 대출 규모가 강세장 시절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지난주 비트코인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밀리며 대규모 청산 사태가 발생했다.
갤럭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암호화폐 담보 대출 규모는 전 분기 대비 27% 증가한 531억 달러(약 73조6,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초 이후 최고치로, 탈중앙화 금융(DeFi) 대출 수요 급증과 위험 선호 심리 회복이 맞물린 결과다. 디파이는 전통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암호화폐를 담보로 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상승장 기대가 커질수록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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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가격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8.18 koinwon@newspim.com |
하지만 레버리지 확대는 곧 취약성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주 12만4,000달러(약 17억2,000만 원)에서 11만8,000달러까지 급락했고, 이 과정에서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가 넘는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는 8월 초 이후 최대 규모로, 전문가들은 "일부 고점 차익 실현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레버리지가 빠르게 축적될수록 충격에 훨씬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시간 18일 오후 8시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70% 내린 11만5,242.04달러, 이더리움(ETH)은 6.49% 빠진 4,274.3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솔라나(-6.3%), XRP(-5.01%), 도지(-5.06%) 등 주요 알트 코인도 일제히 내림세다.
◆ ETH 4,200달러 지지선 '위태'
이더리움(ETH)의 단기 지지선도 시험대에 올랐다. 코인데스크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더리움 가격이 4,200달러(약 582만 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에 계속 경계해야 하며, 이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 청산과 시장 변동성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의 포지션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가격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청산 규모를 보여주는 '청산 위험 지도'인 하이퍼대시 데이터에 따르면, 5만6,638 ETH에 달하는 롱 포지션, 총 2억3,600만 달러(약 3조2,700억 원) 규모가 ETH 가격이 4,170달러(약 578만 원)로 하락할 경우 청산될 위험에 처해있다.
데이터는 또 3,940달러(약 546만 원)와 2,150~2,160달러(약 298만 원~300만원) 구간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청산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메커니즘 캐피털 창립자 앤드루 캉은 X(옛 트위터)를 통해 "거래소 전반에서 약 50억 달러(약 6조9,300억 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ETH는 3,200~3,600달러(443만 원~498만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자산시장 전반의 '저변동성 착시'
암호화폐 시장이 대규모 청산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서는 역설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
비트코인의 30일 내재변동성 지수(BVIV·DVOL)는 2년래 최저인 약 36%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SPDR 골드 셰어즈 ETF(GLD)의 30일 예상 변동성을 추정하는 CME 금 변동성 지수(GVZ)는 지난 4개월 동안 절반 이상 떨어지며 15.22%를 기록,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 국채 30일 내재변동성을 추적하는 MOVE(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지수 또한 최근 몇 달 동안 하락해 3년 반 만의 최저치인 76까지 떨어졌다.
한편, 월가에서 '공포 지수'로 불리는 VIX는 지난주 14 아래로 내려가며, 4월 초 고점인 45 부근에서 크게 낮아졌다.
코인데스크는 이를 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으며(84.8%), 월가 투자은행 JP모간은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3.25~3.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저변동성이 시장 자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고착, 연준 독립성 논란을 잠재적 위험으로 경고했다.
◆ 기관, 비트코인 익스포저 확대
이와 함께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노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인 브레반 하워드는 2분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종목코드:IBIT) 보유 규모를 약 23억 달러(약 3조1,800억 원)로 두배 가량 늘렸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캔터피츠제럴드 역시 관련 ETF와 암호화폐 연계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코인베이스 등에 투자하며 비트코인 간접 보유 규모를 전년 대비 192% 늘렸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