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8-06 05:56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 발표를 앞두고 5일(현지시간) 금값이 2주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유가는 물가 상승과 러시아산 원유 우려에도 OPEC+ 증산 결정 영향으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0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날보다 0.2% 상승한 3434.7달러에 마감됐고, 금 현물은 장중 7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터치한 뒤 한국시간 기준 6일 오전 2시 55분 전날보다 0.2% 오른 3380.20달러를 기록했다.
![]() |
금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에서는 현재 9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두 차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 금요일 발표된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6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가속화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고용통계를 발표하는 미국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임한 바 있다.
TD 시큐리티스의 상품 전략가인 다니엘 갈리는 "지난주 쏟아졌던 경제지표들과 트럼프 행정부의 BLS 국장 해임 결정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며 "이러한 요소들은 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달러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일부 상실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가 4명으로 좁혀졌으며 후보로 거론되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현재 자리에 남아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오는 8일 예정된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 사임 소식이 "기쁜 서프라이즈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면 침공을 멈추라는 트럼프의 최후통첩 시한이 다가오면서 고조되는 긴장감 역시 금값 상승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OPEC+ 증산 및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위협 여파를 상쇄하며 하락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은 배럴당 1.12달러(1.63%) 하락한 67.64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1.13달러(1.7%) 내린 65.16달러로 마감했다. 두 벤치마크 모두 약 5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지난 일요일 회의에서 9월 하루 54만7000배럴의 증산을 결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증산으로, 최근 시행 중이던 감산 조치의 조기 종료를 의미한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우 대표는 "OPEC의 상당한 증산 결정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가에 부담을 준 요인은 미국 서비스업 지표다. 미국의 7월 서비스업 활동이 예상 외로 정체를 나타냈으며, 신규 주문은 거의 변화가 없고 고용은 추가로 악화됐다. 반면 투입 비용은 최근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 활동에 여전히 부담을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리포우는 "이제 시장은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다른 공급처를 찾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4시간 안에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경우 인도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다시 한번 위협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지속 의지를 꺾는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트럼프의 위협을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수호하겠다고 밝혀, 양국 간 무역 마찰은 더욱 심화됐다.
트럼프의 위협 이후 유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석유 중개회사 PVM의 존 에번스는 보고서에서 "트레이더들이 공급 차질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가 실제로 유가 상승을 감수할 것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UBS의 애널리스트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지금은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이라며 "이번 주 후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련해 어떤 발표를 내놓는지, 또 인도와 중국 같은 주요 구매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