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장기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21일(현지시간) 동반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과 수익성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인 영향이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은 AI 관련주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높은 차입 비용이 AI 기업들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날은 AI 관련주가 반등하면서 국채 금리의 하락 폭도 제한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0.6bp(1bp=0.01%포인트) 하락한 5.111%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5.081%까지 떨어졌지만 130억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 입찰 이후 낙폭을 줄였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3bp 내린 5.412%를 기록했다. 반면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0.2bp 오른 4.789%를 나타냈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이는 31.7bp를 기록했다.
◆ 10년물 5.111%로 하락…20년물 국채 입찰 수요 부진에 장중 저점서 반등
이날 미 국채 금리는 주식시장의 반등과 국채 입찰 결과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주에는 코어위브를 비롯한 AI 인프라 기업들의 높은 부채와 차입 비용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14.6bp 떨어져 8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빌 노시 선임 투자 책임자는 "자본시장 전반에서 위험 선호와 위험 회피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국채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다시 빠져나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5.1% 수준에 있다는 것은 채권이 강세를 보여온 주식시장과 자금 유입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채권시장에서도 실질적인 투자 대안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시된 130억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 입찰은 엇갈린 결과를 보였다. 발행수익률은 5.469%로 입찰 당시 시장 금리인 5.459%보다 1bp 높아 예상보다 약한 수요를 나타냈다. 다만 발행 물량 대비 응찰 규모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73배로 전월의 2.57배를 웃돌았다.
입찰 결과가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치면서 국채 금리는 장중 저점에서 반등했다.
미 재무부는 22일에도 260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를 입찰에 부칠 예정이다.
◆ 10월 금리 인상 확률 14.9%로 낮아져…고유가·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
시장의 관심은 오는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시장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는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14.9%로 반영됐다. 이는 일주일 전 33.2%, 한 달 전 57.6%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다음 금리 인상 시점은 12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코샤은행의 숀 오즈번 수석 외환전략가는 "현재 시장 전반을 지배하는 뚜렷한 흐름은 없다"며 "이러한 상황은 적어도 다음 주 FOMC 회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 주 회의를 통해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여전히 변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소폭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14% 하락한 101.65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0.01% 상승한 1.1237달러에 거래됐다.
달러화는 최근 AI 투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AI 산업에 대한 낙관론은 미국으로 자본을 유입시키고 성장 기대를 높여 달러화를 지지해왔지만, 최근에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로화 역시 프랑스의 재정 위기와 정치적 혼란으로 상승 폭이 제한됐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를 돌파하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삭소은행의 존 하디 글로벌 거시전략 책임자는 "프랑스의 부채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재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요 통화 중에서는 호주달러와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였다.
호주달러는 호주중앙은행(RBA)의 앤드루 하우저 부총재가 인플레이션 전망이 "실질적으로 더 악화됐다"고 평가한 뒤 0.41% 상승한 0.7031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도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확인되면서 0.16% 오른 1.34달러에 거래됐다. 영란은행(BOE)의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파운드화는 유로화 대비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58.12엔으로 0.02% 강세를 보였다.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BOJ) 부총재가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
한편 달러/원 환율은 한국 시간 22일 오전 7시 26분 기준 1327.00원으로 보합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연준 회의를 앞두고 AI 관련주의 움직임과 국제유가, 국채 입찰 결과가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의 단기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