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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약 20년간 글로벌 자산시장의 핵심 축이었던 저물가·저금리의 골디락스가 막을 내렸다.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의 눈덩이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과잉, 지정학적 충돌로 인한 공급망 재편과 끈적끈적한 물가,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의 폭발적인 회사채 발행이 금리 방향을 돌려 놓았다. 금리가 이른바 '더 높이 더 오래(higher for longer)' 고착화되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 투자 공식도 바뀌고 있다. 현금성 파킹부터 조달 비용 상승을 견디는 우량주까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가 제공하는 투자 기회를 탐색해 본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큰 폭으로 상승,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추가 인상에 설득력을 더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PPI는 연율 기준 6.3% 상승해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번 상승폭은 8월 5.6%에서 크게 확대됐다.
연 3.75~4.00%까지 오른 미국 기준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사모대출(Private Credit)에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변동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사모대출은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가 사모대출 채권을 직접 매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말 그대로 사모(Private) 방식을 취하는 시장 자체가 폐쇄적인 구조인 데다 최소 투자자금이 크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아서다.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유동성이 낮아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대목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찾은 대안이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기업개발회사)의 주식이나 이들 종목은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다. BDC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 규모 유망 비상장 기업이나 사모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와 지분을 받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한다.
사모대출 시장에 일반 투자자가 주식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공모 형태의 투자회사로 통한다. 인공지능(AI) 모델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대개 연 9~14%에 달하는 배당을 지급하는 BDC는 뉴욕증시에 50여개 상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 상승기에 BDC가 유리한 이유는 대출 자산의 70~90% 가량을 변동금리로 운용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반사이익을 적극적으로 취하며 순이자마진(NIM)을 높일 수 있고,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고배당을 통해 강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채권의 경우 금리가 오를 때 채권 가격이 하락하지만 BDC의 변동금리 대출은 듀레이션, 즉 금리 변동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낮아 방어 효과도 크다.
BDC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로 BIZD(VanEck BDC Income ETF)가 꼽힌다. 시장 조사 업체 ETFDb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밴엑이 2013년 2월 출시한 펀드는 총 운용 자산(AUM) 규모가 14억달러를 웃돌고, 연 9.69%에 달하는 운용 보수에도 최근 3개월 사이 일평균 거래량이 277만주를 넘어섰다.
포트폴리오에는 미국 단기 국채가 약 40%의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아레스 캐피탈(ARCC)과 블루 아울 캐피탈(OBDC), 블랙스톤 선순위 대출 펀드(BXSL) 등 BDC가 편입됐다.
2022년 9월 출시된 PBDC(Putnam BDC Income ETF)도 미국의 대표적인 사모대출 ETF로 꼽힌다. 총 운용 자산 규모는 2억6660만달러로 파악됐고, 3개월 사이 일평균 거래량은 약 10만주를 나타냈다.
프랭클린 템플턴이 운용하는 PBDC는 포트폴리오에 아레스 캐피탈과 블루 아울 캐피탈 및 블루 아울 테크놀로지 파이낸스(OTF), 허큘레스 캐피탈(HTGC), 오크트리 스페셜티 렌딩(OCSL) 등을 편입했다.
BIZD는 BDC 지수를 추종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대규모의 패시브형 ETF인 데 반해 PBDC는 펀드 매니저가 종목을 직접 분석해 선별하는 액티브 형태로 운용된다.
AI 모델을 이용해 각 자산운용사의 공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BIZD는 배당수익률은 30일 SEC 수익률을 기준으로 9.89%를 나타냈고, PBDC는 9.92%로 집계됐다. BIZD는 9월30일(현지시각) 주당 0.4371달러의 분기 배당금을 발표했고, 10월6일 이를 지급했다. 최근 12개월 배당수익률은 13.00%로 파악됐다.
PBDC는 2026년 10월5일 주당 0.7331달러의 분기 배당금을 발표했고, 14일 이를 지급했다. 운용사가 9월21일 공시한 순자산가치(NAV) 기준 분배율은 10.07%로 나타났다.
30일 SEC 수익률이 낮게 잡히는 이유는 최근 연준의 금리 변동 기조와 BDC 업체들의 운용 비용, 즉 대출을 일으키기 위한 자체 레버리지 비용 및 ETF 자체의 운용 보수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고수익률이 인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를 자극하지만 사모대출이나 관련 ETF는 작지 않은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신용 리스크다. 사모대출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거나 고금리가 장기화될 때 이자 지급이나 원리금 상환이 막히면서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12개월 누적 사모채권 부도율이 지난 8월 말 기준 6.3%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위 10개 상장 BDC의 공식 부실채권 비율이 평균 3.95%로 집계됐지만 부도 차입자의 외화 채무 등을 모두 합산해 리스크를 조정할 때 실질적인 부도율은 5.95%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시장이 부실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모델을 이용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기관들의 자료 분석 결과 이자 상환 능력이 떨어진 한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BDC의 수익 구조가 질적으로 나빠진 상황이 확인됐다.
사모채권 차입 기업의 약 40%가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FCF)을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고, 현금 배당을 10% 이상 지급해야 하는 BDC ETF 입장에서 현금 대신 이른바 종이 이자(PIK)가 쌓여 장기 배당 지속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라는 경고도 나왔다.
전체 공모 BDC의 전체 투자 인컴 가운데 약 8%가 현금이 아닌 PIK로 채워지는 실정이다. PIK는 새로운 채권이나 주식으로 이자를 대신 받는 구조를 뜻한다.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면면서 사모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1.0배 미만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모간 스탠리는 "대부분의 BDC가 자기자본 이외에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통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한 뒤 사모대출을 시행하는데 금리 상승기에 대출 금리뿐 아니라 BDC 자체의 조달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며 "차입 기업의 부실 우려 때문에 BDC의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조달 비용이 대출 수익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 순이자마진(NIM)이 압박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BIZD와 PBDC를 포함한 사모대출 관련 ETF가 고배당을 지급하지만 명백한 고위험 고수익률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금리 상승 시기에 변동금리 덕분에 배당수익률의 수치가 화려하지만 차입 기업의 부도 위험을 높여 BDC의 자산 가치를 깎아내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