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과 이란이 한 달 만에 군사적 충돌을 재개하면서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개장 전 주가지수 선물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데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40분(한국 시간 오후 9시 40분) 기준 나스닥100 선물은 67.75포인트(0.23%)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도 0.29% 내린 가운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27% 하락했다.
◆ 美, 이란 라락섬 타격…브렌트유 장중 6% 급등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한 달 만에 재개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국이 전날 이란 라라크섬에 있는 로켓 발사대 2곳을 타격했다고 확인했다. 미국이 이란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지난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란 국영 언론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요르단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교전 재개로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6% 가까이 뛰었다가 오름폭을 3.5%대로 줄였다. 브렌트유는 3.25% 상승한 90.96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특히 워시 의장이 지난 28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은 직후 중동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 워시 한마디에 9월 인상 확률 41%→60%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60%로 일주일 전 41.4%에서 크게 높아졌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로 충분히 낮아지지 않을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밝힌 영향이다.
워시는 "올여름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이것이 기조적인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물가지표는 엇갈리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는 물가 압력이 비교적 완만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인베스코의 데이비드 차오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워시 의장은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확연히 더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놨다"며 "통화정책 완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스의 조너선 밀러 이코노미스트도 "워시 의장이 정책 방향을 미리 신호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언이 9월 긴축을 예고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매파적인 발언을 고려하면 9월 25bp(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동결 가능성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는 9월에 이어 12월에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 글로벌 채권도 매도…日 2년물 금리 31년 만에 최고
중동발 유가 상승과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는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3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024년 7월 이후, 프랑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024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폴란드, 스위스 등에서도 단기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미 국채 수익률 역시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바이백(환매) 규모 확대에 나섰지만 장기물 수익률의 상승 압력은 이어지고 있다.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이날 5.25%로 전장 대비 4.8bp(1bp=0.01%포인트) 상승하고 있으며, 10년물은 4.75%로 3.2bp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4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가 연준의 금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선임 금융시장 애널리스트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4일 발표되는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를 더욱 긴장된 시선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주 시장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일 고용보고서 발표에 앞서 1일에는 7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 2일에는 8월 ADP 민간 고용보고서, 3일에는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와 2분기 비농업 생산성(단위 노동비용포함) 등 고용 시장의 현황을 알려줄 경제 지표가 연이어 발표될 예정이다.
오는 2일 예정된 브로드컴(AVGO)의 실적 발표도 주목된다. 최근 브로드컴이 앤트로픽 등 AI 기업의 반도체·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600억달러 이상의 부채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실적과 함께 대규모 AI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 여부가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좌우할 전망이다.
◆ 증시는 밀려도 반도체는 강세…엔비디아 0.6%↑
지수 선물의 약세에도 개장 전 거래에서 반도체주는 대체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NVDA)는 0.57% 상승하며 '매그니피센트7'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올랐다. ▲인텔(INTC)은 0.3%, ▲램리서치(LRCX)는 0.45%,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는 0.5% 각각 상승했다.
차오 전략가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 같은 구조적인 성장 테마와 연계된 시장 영역을 계속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에 에너지주도 강세다. ▲할리버튼(HAL)은 2.29%, ▲발레로에너지(VLO)는 2.17% 각각 올랐다.
비트코인이 7만8000달러 위에서 거래되면서 암호화폐 관련주도 상승했다. ▲코인베이스(COIN) ▲스트래티지(MSTR) ▲클린스파크(CLSK)는 0.78~1.92% 올랐다.
보험중개업체 ▲에이온(AON)은 사모펀드 KKR로부터 USI 인슈어런스 서비스를 17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에이온의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1% 넘게 하락했다.
◆ 8월은 AI가 이끌었다…나스닥 월간 4% 상승 눈앞
중동 긴장과 금리 불안에도 뉴욕증시는 8월 전체로는 상승 마감을 앞두고 있다.
다우지수는 이달 들어 2.1% 올라 5개월 연속 월간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3%, 4% 상승해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상승을 기록할 전망이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이달 초 사상 최고치도 경신했다.
특히 AI 관련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S&P500 기술업종은 이달 들어 약 6% 올랐으며 엔비디아는 8% 넘게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11%,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는 13% 각각 올랐다.
아시아 증시는 이날 혼조세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14% 하락한 반면 한국 코스피는 장중 약세를 뒤집고 0.46% 상승했다. 중국 CSI300지수는 0.35%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호주 S&P/ASX200지수는 0.18%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범유럽 스톡스600지수는 보합선을 소폭 밑도는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에너지주는 상승했다. 영국 금융시장은 공휴일로 휴장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