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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빅테크가 대량 발행하는 회사채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셈법까지 흔들고 있다. 장기물 국채 발행을 동결해 장기금리를 억제하려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계산이 빅테크가 내놓는 장기 회사채 물량에 의해 어긋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 동결 전략 상쇄
재무부가 그동안 금리 방어 수단으로 삼아 온 것은 장기물 공급 억제다. 베선트 장관은 늘어나는 행정부 자금 수요를 단기물 중심으로 소화하면서 10년·30년물 등 이표채 발행 규모를 제한했고 이달 5일 분기 리펀딩(국채 발행·차환 계획) 발표에서도 8~10월 이표채 발행 규모를 전 분기 수준으로 이어가겠다며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바클레이스는 이표채 발행 억제 전략의 효과로 올해 중장기 국채 순공급이 약 1조2000억달러로 작년보다 440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동결 억제분을 넘어서는 물량이 회사채 쪽에서 쏟아지면서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순공급 증가분은 4740억달러에 이르고 상당 부분이 대형 기술기업 몫이다. 관련 발행분은 만기가 길어 5대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업체) 채권의 평균 만기는 16.5년으로 미국 투자등급 평균(10.7년)을 크게 웃돈다(골드만삭스 추산).
재무부의 장기물 발행 제한 전략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우량 회사채까지 포함한 전체 물량 앞에서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채 투자자는 만기와 위험 대비 수익률을 따져 국채와 우량 회사채 사이에서 자금을 배분한다. 조건에 맞는 장기 회사채의 공급이 늘어날수록 국채로 향하던 수요의 일부가 옮겨갈 수 있는 셈이다.
◆단기물 우회도 빠듯
단기물 쪽 사정도 빠듯해졌다. 재무부는 장기물 대신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국채(재정증권, Bill)를 늘려 필요한 돈을 조달해 왔는데 이 물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불어나는 중이다. 로이터통신(7월23일)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재정증권 순발행이 8270억달러로 작년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국채에서 재정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재무부 자문기구인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가 적정선으로 제시해 온 범위(15~20%)를 이미 넘어섰다.
단기물을 사줄 곳도 예전 같지 않다. 최대 매수자는 기업과 개인의 단기 여유자금을 굴리는 머니마켓펀드(MMF)인데 이들은 올해 상반기 재정증권 보유를 3650억달러 줄였고 그 대금은 이미 다른 단기 자산으로 옮겨갔다. 비워둔 매수 여력이 아닌 만큼 새로 유입되는 자금만으로는 불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고 다른 자산을 팔아야 재정증권을 살 수 있는 형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좁아진 선택지
베선트 장관으로서는 양쪽 모두 여유가 없는 처지가 됐다. 장기물은 회사채와의 수요 경쟁 탓에 늘리기 어렵고 단기물은 소화 기반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비중마저 적정선을 넘어선 상태여서다. 크레디트사이츠는 평상시에 재정증권 비중을 이만큼 높여 두면 정작 위기가 닥쳐 급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할 때 쓸 수단이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정증권은 발행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어 비상시를 위해 아껴두는 수단인데 그 여력을 평상시에 소진하고 있다는 거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재무부가 장기물 발행 축소로 내몰리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노무라의 조너선 콘 미국 금리 전략가)되고 있다다. 다만 축소가 현실화하면 그만큼의 조달분을 다른 만기로 충당해야 하는데 받아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이미 적정선을 넘긴 단기물로 배분을 더 늘리자니 차환 주기가 짧아 금리 상승분이 조달 비용에 반영되는 속도만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장기물 공급 부담을 더는 대신 조달 구조의 취약성을 키우는 선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