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일본 증시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키옥시아홀딩스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급등에 따른 반작용과 한국 종합주가지수(코스피) 하락 등의 영향으로 6월 말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키옥시아의 주가 전망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이 여러 차례 경험한 '중국 리스크'라는 새로운 불안 요인도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는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등 은행주는 상승했지만, 지수 기여도가 높은 키옥시아와 어드밴테스트 등 AI 관련주의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 신용매수 8700억엔...식지 않은 키옥시아 열풍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키옥시아를 향한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신용거래 매수 잔고는 최근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닛케이225 구성 종목의 신용매수 잔고 주식 수에 종가를 곱해 계산하면 13일 기준 키옥시아의 신용매수 잔액은 약 8700억엔(약 8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소프트뱅크그룹의 4배에 육박한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활용해 매매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기관투자가들도 강세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자산운용에서 반도체 관련 펀드를 운용하는 사소 카네로 수석 펀드매니저는 최근의 조정 국면에서도 "펀더멘털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AI 투자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데다 'LTA(Long-Term Agreement)'로 불리는 장기 계약이 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50% 더 떨어질 수도"...번스타인, 목표주가 4만엔
이 같은 낙관론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키옥시아 주가가 당시 8만엔을 웃돌던 수준에서 "약 50%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목표주가는 13일 종가 6만7100엔보다 40% 낮은 4만엔으로 제시했다.
대부분 증권사들의 키옥시아 목표주가가 10만엔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비관적인 전망이다.
그렇다고 리 애널리스트가 반도체 업종 자체에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최근 주가보다 70%, SK하이닉스는 80%,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0%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유독 키옥시아에 대해서만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셈이다. 리는 여러 사업의 수익력을 각각 평가해 기업가치를 합산하는 'SOTP(Sum of the Parts)' 방식으로 키옥시아의 가치를 산출했다.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일시적인 이익으로 보고, 수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 이후의 이익을 정상적인 수익 수준으로 간주했다.
LTA를 통한 수익은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적용하고, 나머지 수익에는 10배를 적용했다. 고객이 LTA를 파기할 경우 키옥시아가 받는 보상금도 반영했다. 이렇게 산출한 예상 주가가 4만엔이다.
◆ 키옥시아 '4만엔론' 뒤에는 중국 'YMTC'
키옥시아에만 유독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높은 메모리 가격이 지속되지 못하면서 주당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에 있다.
그 방아쇠가 될 수 있는 존재로 중국 토종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지목된다.
키옥시아의 강점은 'CBA'로 불리는 독자 기술이다. 기판을 접합해 빠른 처리 속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오타 히로오 사장은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이 기술에 대해 "실용화한 곳은 우리와 YMTC뿐"이라고 말했다. 키옥시아 스스로 YMTC의 기술력을 인정한 셈이다.
YMTC는 키옥시아와 마찬가지로 장기 데이터 저장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주력으로 하며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낸드 가격 급등으로 재무 여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상승 속도도 빠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의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1~3월 13%로 전년 동기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리 애널리스트는 YMTC가 2028년 키옥시아를 제치고 세계 3위 낸드 업체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 일본 기업이 반복해서 겪은 '중국발 가격 파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얻는 이익이 영원히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TV와 PC 등 완제품부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부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가격 공세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사업을 재편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도 잇따랐다.
YMTC가 사업 확대를 위해 대규모 증산에 나설 경우 낸드 시황 악화는 피하기 어렵다. 중국 기업에 의한 '가격 파괴'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두 회사는 낸드뿐 아니라 단기 기억용 D램도 생산하고 있어 낸드에 특화된 키옥시아보다 가격 경쟁에 휘말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키옥시아의 주가 하락 자체도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최근 키옥시아 주가 하락으로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인 '마진콜'이 발생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매도도 늘고 있다.
AI 관련주를 넘어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른 키옥시아가 본격적인 하락 추세로 전환할 경우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수 있다.
AI가 만들어낸 메모리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증산과 가격 경쟁이 또다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인지. 키옥시아의 주가 향방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가늠대가 되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