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충돌로 이곳 전선이 4년여 만에 다시 점화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 무력충돌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홍해 항로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현지시간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예멘 수도 사나의 국제공항을 공습한 데 따른 보복조치로 사우디 남부의 아브하 공항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양측의 이번 충돌은 지난 2022년 이후 최고 수위에 해당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FT는 이번 사태로 예멘 내 친(親)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과 사우디 사이에 4년여 이어진 비공식 휴전이 위태로워졌다고 짚었다.
◆ 홍해와 호르무즈에서 동시다발 충돌 위험
후티 반군은 보복공격 후 공개한 성명에서 "사우디 영공을 통과하는 모든 항공기는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후티 대변인 야히야 사리 준장은 "사우디와 긴장 완화 국면은 끝났다. 우리는 사우디의 도발과 공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후티 반군은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예멘 정부를 축출했다. 사우디는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며 11년째 열전과 냉전을 반복 중인 예멘 내전에 직·간접적으로 참전 중이다.
서로의 공항을 한차례씩 타격한 사우디와 후티 반군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갈 경우 호르무즈 대체 항로로 활용됐던 홍해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교역량의 12~15%가 지나는 주요 뱃길이다.
2월 말 이란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사우디는 육상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의 얀부항으로 원유를 수송, 홍해 뱃길을 이용해 원유를 수출했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상시화하는 것에 대비해 얀부항과 연결된 송유관의 운송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홍해의 핵심 관문인 바브알만데브 해협에서 후티 반군의 무력 시위가 재발할 경우 걸프만의 해상 에너지 수송로가 동서에서 모두 차단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미 중부사령부로선 호르무즈와 홍해 두 전선에서 동시 작전을 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 전말
사우디와 후티 반군간 이번 충돌의 발단은 열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후티 반군 대표단을 실어 나르기 위해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마한항공 소속 항공기가 사나 공항에 착륙했다. 테헤란과 사나를 잇는 항공편은 10년 넘게 멈춰있다가 이번 조문 대표단을 위해 운항이 재개됐다.
사우디는 해당 항공편이 후티 반군에 무기를 전달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해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당시 후티 반군은 "사우디 전투기가 해당 항공기의 착륙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사우디 공항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현지시간 13일(월요일) 이란 항공기가 조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후티 대표단을 태우고 사나 공항으로 향하던 중 사우디의 사나 공항 폭격이 이뤄졌다. 항공기는 급히 항로를 바꿔 홍해 연안의 알후다이에 착륙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후티 반군의 사우디 아브하 공항을 겨냥한 보복 공격이 단행됐다.
미국 관리는 "해당 항공기에는 후티 반군을 위한 무기와 미사일 부품, 그리고 군사 전문가들이 타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측 공격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 트럼프와 빈 살만의 사전 교감
악시오스는 미국 관리 두명을 인용해, 후티 반군에 이례적 군사 조치를 감행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주 미국과 공감대 형성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먼저 지난 9일 리마 빈트 반다르 알 사우드(Reema bint Bandar Al Saud) 주미 사우디 대사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이후 루비오와 사우디 외무장관(파이살 빈 파르한) 사이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다음날(10일) 빈 살만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후티 반군을 겨냥한 군사 작전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했고 트럼프는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매체는 "빈 살만이 트럼프에게 대(對)후티 공격을 미리 통보하고 지원을 요청한 것은 사우디 측이 후티 반군과 더 큰 충돌을 염두에 뒀음을 의미한다"며 실제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경우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지원을 요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