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과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스위스에서 한 방에 마주 앉아 4자 회담을 진행했다.
양측은 약 80분간 이어진 첫 회의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안전 통행과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 중단을 보장할 구체적인 메커니즘 마련에 전격 합의하며 극적인 진전을 이뤄냈다.
특히 이란 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 유예와 동결 자금 일부 해제 등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22일(현지시간) 이란 프레스TV와 타스님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이번 주 초 체결된 14개 항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60일간의 협상 시한을 시작하는 첫 공식 자리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재국들의 '지치지 않는(tireless)' 중재 덕분에 레바논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또한 이번 스위스 회담의 구체적인 조치로 이란에 대한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유예되고 봉쇄가 해제되었음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란의 동결 자금 일부가 해제되었으며,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 개발 계획이 가동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역시 이번 4자 회담에서 매우 좋은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며, 상대방인 미국 측의 의무 이행과 관련해 상당한 진척이 있어 최종 합의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도 대화로 실타래를 풀었다. 이란 외무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별도의 메커니즘(체계)을 마련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회담 하루 전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의 약속 위반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이번 합의로 최악의 물류 마비 사태는 피하게 됐다.
이란 측은 본 회담 대표단의 공식 업무는 마무리되었지만, 기술 실무팀의 구체적인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 역시 회담 직후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양해각서 틀 아래 진행된 첫 고위급 회담이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중재국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향후 협상을 지속할 기술적 메커니즘이 구축되는 등 고무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동 성명에 따르면 미·이란 양측은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중재 과정 전반을 정치적으로 감독할 '고위급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각 수석대표는 이 위원회에 정기적으로 협상 내용을 보고하게 되며, 이 고위급 위원회는 향후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에도 최종 합의했다.
특히 이란이 선결 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해 온 이스라엘의 대(對)레바논 적대행위 중단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양측은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 종료 조치가 철저히 준수되는지 감시하고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이란 등 당사국과 레바논이 참여하고 중재국들이 조율하는 '충돌 방지 실무 기구(De-confliction Cell)'를 신설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양측 실무진 간의 기술 협상은 이번 주 남은 기간 동안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 머물며 모든 의제를 대상으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이란과 미국은 제3국을 통한 간접 접촉만을 이어왔으나, 양국 대표단이 중재자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이란 측에서는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 참석했으며, 미국 측은 JD 밴스 부통령을 수석대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등이 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재국으로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전면에 나서 중재를 이끌었다.
이번 1차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행과 레바논 충돌 방지 기구 설립, 그리고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 완화 조치와 60일간의 로드맵이 함께 도출됨에 따라, 양측은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남은 분쟁 거리를 해결하고 최종 평화 협정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한 후속 실무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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