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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지난 주 브로드컴(AVGO)이 촉발시킨 미국 반도체 섹터 급락에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체의 최근 분기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이 월가의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연출했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섹터 주요 종목까지 동반 급락했기 때문.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202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액 221억9000만달러와 EPS 2.44달러는 모두 투자은행(IB) 업계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AI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108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합격점에 해당하는 성적표에도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업체의 주가는 실적을 발표한 6월3일(현지시각)부터 5일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까지 가파른 하락을 연출했다. 3거래일 사이 낙폭은 약 20%에 달했다. 불과 며칠 사이 시가총액 5분의 1이 증발한 셈이다.
실적 발표 전날인 6월2일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던 브로드컴 주가는 말 그대로 급반전을 이뤘다.
월가는 투매의 원인으로 회계연도 3분기 가이던스를 지목한다. 3분기 매출액 전망치 160억달러가 월가의 가장 공격적인 추정치 172억달러에 크게 미달하면서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여기에 혹 탄 최고경영자(CEO)가 2026 회계연도 전체 AI 매출액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지 않자 성장이 정점을 맞은 것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졌다는 설명이다.
구글이 칩 공급 업체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탄 CEO의 발언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아울러 이전에 제공하기로 했던 완전 통합 AI 시스템 대신 칩만 공급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사실상 축소한다는 발언도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 년간 소문과 기대를 앞세워 고공행진 했던 AI 반도체 섹터가 이제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가속도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브로드컴 쇼크'는 미국 반도체 섹터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브로드컴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주가 역시 지난 5일에만 13% 이상 후퇴했고, 같은 날 샌디스크(SNDK)와 웨스턴 디지털(WDC), AMD(AMD)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의 급락을 연출했다.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NVDA)가 5일 6% 이상 떨어졌고, 퀄컴(QCOM)이 11% 가까이 내린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일 10% 이상 하락했다.
브로드컴이 커스텀 AI 칩 수요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요 외신들은 브로드컴 주가 급락 반도체 섹터 전반을 확산된 데 대해 업체가 AI 반도체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네트워킹과 커스텀 AI 칩, 반도체 장비 등 AI 인프라와 관련된 가치 사슬 전반을 포괄하는 핵심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브로드컴의 전망이 투자자들의 기대치에서 어긋날 경우 AI 투자 사이클 전반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얘기다.
월가의 오랜 속성인 '뉴스에 파는' 매커니즘과 극단적인 밸류에이션 부담도 이번 폭락에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더 퓨처럼 그룹은 "브로드컴이 훌륭한 분기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이미 실적 발표 전 과도하게 폭등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올 들어서만 70% 가까이 폭등한 만큼 반도체 섹터 전반에 걸쳐 장밋빛 전망을 적극 반영한 측면이 크고, 때문에 작은 악재가 차익실현 매도를 촉발시키거나 밸류에이션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매크로 측면의 충격도 '팔자'에 기름을 부었다고 외신들은 진단한다. 노동부가 5일 발표한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7만2000명 증가,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두 배 이상 웃돌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대가 번지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5%를 뚫고 올랐고 30년물은 5%를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성장주 주가와 밸류에이션에 악재로 작용하고, 이번에도 브로드컴의 가이던스 실망과 맞물리면서 반도체 섹터를 가격했다는 설명이다.
맥쿼리는 보고서를 내고 브로드컴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구글 등 빅테크가 자체 칩 생산 비중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경영진의 연간 매출액 전망치 유지가 적신호라는 지적이다.
유동성 측면에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도 빌미로 꼽힌다.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스페이스X의 상장으로 시장 유동성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대 1조7500억달러 규모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IPO를 추진중이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20개 이상 IB들이 주관사로 참여하는 가운데 업체는 오는 12일 나스닥 시장에 데뷔할 전망이다.
BNP 파리바는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의 유통 주식 규모가 750억달러에 이를 경우 약 300억달러 규모의 패시브 자금 매수 수요와 개인 투자자 매수세, 여기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옵션 자금 흐름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관 투자자자들이 스페이스X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의 다른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통해 IPO 사이클과 관련,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공개 시장으로 대규모 위험 이전이라고 규정하고 최근 시장 열기를 역사적 버블의 극단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