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미국과 유럽의 성장 경로가 갈라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견조한 고용과 생산성 개선을 바탕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반면, 유로존은 경기 둔화 속에서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장기금리 상승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최근 발간한 '주간 하나채권' 보고서에서 "성장이 뒷받침되는 미국 국채보다 성장 동력이 약한 독일 국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경제의 예상 밖 강세를 재확인했다. 미국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8만8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3월과 4월 고용지표도 상향 조정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다시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 증가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도 양호하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발표한 베이지북에서는 미국 경제활동 위축을 보고한 지역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데이터센터, 국방 관련 투자 확대가 고용을 지지하고 있으며 노동 생산성 역시 역사적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회복은 채권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이번 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확인될 경우 추가 긴축 기대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수준보다 소폭 높은 연 4.50~4.75%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존은 미국과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기대 인플레이션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유로존 소비자의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4.0%까지 상승했고 실제 물가상승률도 2월 1.9%에서 5월 3.2%로 급등했다.
문제는 경기다.
유로존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플러스 성장으로 발표됐지만 최종적으로 전기 대비 -0.2% 역성장으로 수정됐다. 에너지 가격 충격 이후 기업과 소비자 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속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전형적인 '정책 딜레마' 상황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 여건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유로존 금리가 단기적으로 긴축 우려에 상승하더라도 성장 부진으로 인해 상승 폭과 지속 기간은 미국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2027년 이후에는 금리 인하 논의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역시 미국과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상향 조정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이란 사태 이후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80bp 상승해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매파적 기조도 강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1년 후 1년물 스왑금리가 4.3%를 넘어섰다. 단기 시장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면서 대출금리 부담 확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다. 달러·원 환율은 156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와 금리 상승 기대가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결국 현재 글로벌 채권시장의 핵심 변수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미국처럼 성장이 뒷받침되는 국가와 유로존처럼 경기 둔화 속에서 이뤄지는 국가의 시장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국가별 성장 격차가 확대될수록 금리와 환율, 주식시장의 차별화 현상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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