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BTC)이 6만달러선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위험자산 상승을 이끌어온 인공지능(AI) 투자 테마가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스트래티지(MSTR)마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매도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5일 오전 거래에서 6만2715달러까지 하락하며 주간 기준 14.5% 급락했다. 한국 시간 오후 7시 40분 기준으로는 24시간 전에 비해 0.06% 오른 6만237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1673달러로 3.5% 하락했고, 솔라나는 66.25달러로 2.4%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비트코인 가격 6만달러선이 무너질 경우 파생상품 시장과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겹치며 추가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AI 랠리 제동…반도체·증시·통화시장 동반 급락
이번 암호화폐 하락은 코인 시장 자체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 확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발표한 AI 반도체 사업 전망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개월간 이어진 반도체 랠리가 흔들렸다.
나스닥100 선물은 3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AI 인프라 투자 수혜주로 꼽히던 SK하이닉스가 8%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4.7% 하락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 역시 1.4% 내렸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달러 대비 사상 최저권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테마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ETF 자금 이탈·스트래티지 매도…구조적 매수세 약화
비트코인을 떠받쳐 왔던 핵심 수급 요인들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5월 중순 이후 13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며 총 44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305만달러의 순유입이 발생하며 유출 행진은 끝났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의미 있는 추세 전환으로 보지 않고 있다.
블랙록의 IBIT에는 4766만달러가 유입됐지만 피델리티 FBTC와 비트와이즈 BITB, 아크인베스트 ARKB에서는 여전히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체크온체인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보유량은 현재 127만7000BTC로 지난해 10월 기록한 137만6000BTC 대비 약 9만9000BTC 감소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상장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MSTR)가 우선주 배당금 지급을 위해 32BTC를 매도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도는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ETF 자금 유출과 스트래티지 매도가 결합되면서 지난 18개월 동안 비트코인을 지지했던 구조적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6만달러는 단순 심리선 아니다"…12억달러 풋옵션 대기
월가에서는 6만달러가 단순한 심리적 가격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데리비트의 장-다비드 페키뇨 최고사업책임자(CCO)는 "6만달러는 기관투자가와 파생상품 시장 참여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적 임계점"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ETF 투자자와 기관투자가 상당수는 지난 1년 동안 6만~6만7000달러 구간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현재 비트코인이 이 구간에 진입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손익분기점 부근에 위치해 있다.
가격이 6만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미실현 손실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AI 관련 주식이 다시 반등할 경우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기회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 연쇄 청산 위험…"6만달러 붕괴 시 급락 가속"
또 다른 위험 요인은 파생상품 시장이다.
현재 글로벌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비트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수익이 발생하는 풋옵션 계약이 약 12억달러 규모 쌓여 있다.
문제는 이 옵션을 판매한 금융회사와 시장조성자들이다. 이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에 가까워질수록 손실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현물 비트코인이나 선물을 추가로 매도해야 한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이 하락할수록 이를 방어하기 위한 매도가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6만달러가 무너지면 이러한 헤지성 매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데리비트의 장-다비드 페키뇨 최고사업책임자(CCO)는 "현재 시장은 비교적 질서 있는 조정 국면에 있지만 6만달러가 붕괴되면 급격한 투매로 바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 대응 나서
한편 미국 최대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JPM), 씨티그룹(C), 뱅크오브아메리카(BAC) 등은 2027년 상반기까지 공동 토큰화 예금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고객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해 24시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자금을 은행 시스템 내부에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자 전통 금융권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 예정된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로 향하고 있다.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며 AI 테마와 암호화폐 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가 나올 경우 비트코인 6만달러 방어 여부가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