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에 대한 '무기한 통제'를 선언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시장에 '무기한' 판매할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사실상 미국의 통제 아래 두어 지정학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트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베네수엘라가 곧 3000만~5000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라이트 장관은 "원유의 흐름과 거기서 발생하는 현금을 통제하는 것이 베네수엘라에서 필요한 변화를 추동할 강력한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매 수익은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계좌에 예치되어 베네수엘라의 채권자들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차단되며, 향후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재건에 투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과거 제재를 통해 수출을 막았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직접 판매 대행사 역할을 하며 수익권을 장악하는 급격한 정책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위해 파괴된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를 복구에 필요한 미국 민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셰브런,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등 주요 석유 기업 경영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에 잔류한 유일한 대형사인 셰브런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과거 국유화 조치로 자산을 몰수당했던 엑손모빌 등은 투자 회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생산량을 과거 전성기 수준인 하루 300만 배럴 이상으로 회복하려면 수백억 달러의 자금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이트 장관의 발언 이후 국제 유가는 약 1%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 내 정유시설로 유도해 국내 에너지가격을 낮추는 한편, 그간 베네수엘라 원유의 주요 구매처였던 중국을 배제함으로써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주 대륙 내 공급 확대를 통해 중동 산유국(OPE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포석도 깔려 있다.
다만, 주권 국가의 자원을 미국이 임의로 통제하는 것에 대한 국제법적 근거 논란과 베네수엘라 당국과의 실제 합의 여부 등은 향후 해결돼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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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4월 16일, 베네수엘라의 모나가스주 모리찰 인근의 석유가 풍부한 오리노코 벨트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가 운영하는 한 유정의 밸브로부터 원유가 떨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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