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인도 내부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모호한 입장이 인도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는 내가 불만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러시아산 석유 감축으로) 나를 기쁘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는 그들에 대해 매우 신속하게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포스원에 동승한 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미국이 러시아 원유업체들에 제재를 가하고 인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값싼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기계를 계속 가동시키는 셈"이라며 "우리는 입법을 통해 관세로써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어려운 선택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부과 등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들이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줄인 주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미국 상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인도 등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최대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은 현재 인도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국가별 상호 관세 25%에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25%의 제재성 추가 관세가 더해진 것으로, 미국과 인도 양국은 지난해 2월 양자 무역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지만 인도의 농산물 및 유제품 시장 개방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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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네프트가 보유한 러시아 국적 원유 운반선 '아카데믹 구브킨'호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도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된 모디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인도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도 싱크탱크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의 창립자 아제이 스리바스타바는 "인도 수출품은 50%의 미국 관세에 직면해 있고, 이 중 25%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와 관련 있다"며 "인도 정유업체들이 제재 이후 수입량을 줄였지만 구매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라 인도가 '전략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스리바스타바는 "더 이상 모호한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며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인도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의 인도산 상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질수록 인도의 수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관세를 더 인상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며 모디 정부가 새해 시작과 함께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짚었다.
한편, 로이터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 강화로 러시아산 원유의 대인도 수출량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소식통 및 에너지 컨설팅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의 지난달 대인도 수출량은 일평균 약 120만 배럴로 나타났다. 이는 6월 최고치인 일평균 약 200만 배럴 대비 약 40% 감소한 것이자 3년 만에 최저치다.
인도 최대 민간 정유사이자 러시아산 원유의 인도 최대 구매자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릴라이언스)가 이달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받을 예정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달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자국 정유업체들에게 러시아와 미국산 원유 구매량을 매주 공개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도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나온 소식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일평균 100만 배럴 아래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