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경제가 올해 3분기에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생활비 상승과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연말로 갈수록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23일(현지시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4.3%(속보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분기 성장률(3.8%)을 웃돌 뿐 아니라,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3.3%)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다만 이번 GDP 수치는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발표가 지연된 지표로, 현재의 경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수출입 항만 [사진=블룸버그]

◆ 전기차 '막차 수요'가 키운 소비

3분기 성장의 핵심 동력은 소비였다. 개인소비지출은 연율 3.5% 증가해 2분기(2.5%)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이 같은 소비 회복의 상당 부분은 9월 30일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전기차 구매가 몰린 데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10월과 11월 들어 자동차 판매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다른 소비 부문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셧다운으로 인해 4분기 GDP가 1.0~2.0%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CBO는 이후 대부분의 성장분이 회복되겠지만, 70억~140억 달러 규모의 경제 손실은 영구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고소득층만 소비 유지… K자형 경기 심화

경제학자들은 최근 소비가 주로 고소득 가구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자산이 불어난 고소득층은 지출 여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저소득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 압박 속에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K자형 경제' 현상은 기업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를 흡수하며 인공지능(AI)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관세 부담과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계 전기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부 가구는 2026년 건강보험료 급등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 연준 "금리 인하 신중"… 불확실성은 지속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해 3.50~3.75%로 조정했지만, 노동시장과 물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식료품·에너지 제외)는 3분기에 2.9%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은 과거의 강한 소비를 보여줄 뿐, 현재와 향후 경기 체력을 낙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