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대규모 강제 청산과 거시경제 불안 확산 속에 한때 10만달러선마저 뚫고 내려가며 지난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새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가 넘는 선물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시장 전반에 투매가 이어졌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20억달러 이상의 선물 계약이 강제 청산됐으며, 이 중 약 16억달러(80%)가 롱(매수) 포지션에서 발생했다.
한국시간 5일 오후 6시 40분 기준 비트코인(BTC)은 24시간 전보다 1.9% 내린 10만190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한때 5% 이상 급락했으나 낙폭을 다소 줄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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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가격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11.05 koinwon@newspim.com |
◆ 하루 새 20억달러 청산… 6월 이후 최저치 기록
이더리움(ETH)은 5.3% 내린 3307달러, XRP는 1.6% 내린 2.2달러, 바이낸스코인(BNB)은 0.4% 하락한 947달러, 솔라나(SOL)는 2.3% 내린 156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주요 알트코인도 한때 5% 이상 급락했으나 시장이 다소 진정되며 낙폭을 다소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장중 10만달러 지지선이 무너졌다가 10만1000달러로 소폭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고레버리지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대거 정리되며 시장은 급격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국면에 진입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 이후 최대 규모의 청산으로 기록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에 대한 조정"으로 보고 있다. 코인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3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한 달 만의 최저치로 후퇴했다.
거래소별 청산 규모는 바이비트가 6억28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하이퍼리퀴드가 5억3300만달러, 바이낸스가 4억21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단일 청산 중 최대 규모는 HTX에서 발생한 1100만달러(158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롱 포지션이었다.
◆ 리스크 오프 심리 확산… "금리 동결·관세 우려가 부담"
해시덱스의 글로벌 시장 인사이트 책임자 게리 오셰아는 "리스크 오프 심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비트코인이 10만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며 "디지털 자산뿐 아니라 주식과 원자재 시장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FOMC)이 올해 추가 금리 인하를 보류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관세·신용시장 불안·주식 밸류에이션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최근의 매도세는 장기 보유자들의 차익실현으로, 자산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 50주 이동평균선 '마지노선'… 미·중 무역완화가 변수
이제 시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3년간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해온 50주 단순이동평균선(SMA·약 10만2900달러)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선은 2023년 이후 세 차례 반등의 발판이 되었던 구간으로, 이번에도 '네 번째 트램펄린 반등'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시장에는 긍정적 요인도 있다.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24%의 추가 관세를 1년간 유예하고, 기존 10%만 유지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미국산 대두·옥수수·밀·닭고기 등에 대한 보복 관세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 그리고 미국이 중국산 펜타닐 관련 제품 관세를 20%에서 10%로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직후 발표된 것이다.
이 같은 완화 움직임은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단기 급락에도 장기 전망은 긍정적"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에도 비트코인의 장기적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진단한다.
해시덱스의 오셰아는 "10만달러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지지선이지만, 이번 조정이 비트코인의 장기 투자 논리를 흔드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세콴스 커뮤니케이션즈가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보유 비트코인을 매도한 사례처럼, 일부 기업의 '비트코인 매집' 서사가 흔들릴 가능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 속에 글로벌 위험선호가 여전히 불안한 만큼, 향후 며칠간의 시장 흐름이 비트코인의 반등 지속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단기 하락을 마무리하고 10만달러선을 지지대로 삼을 경우, 다시 상승세를 모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