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밤길에 초등학생 여아를 상대로 유괴 시도를 한 50대 남성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잇달아 기각되면서,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로 판단하는 현재 구속 여부 결정을 피해자 보호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영광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인 24일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를 받은 50대 남성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의자가 미성년자 유인의 범의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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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인근서 유괴예방 안전수칙 홍보 활동을 진행 중인 경찰 모습. [사진=세종남부경찰서] 2025.09.19 jongwon3454@newspim.com |
A씨는 지난 22일 오후 9시 30분경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초등학생인 8살 여아를 상대로 약취 유인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생 유괴 시도를 한 일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된 바 있다.
김형석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5일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2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들은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과 근처 공영주차장에서 초등학생을 유인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피의자들의 혐의 사실,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주거지가 일정하고 대부분 증거가 수집돼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괴나 유괴 시도 피의자에 대한 구속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유괴나 유괴 미수 혐의 피의자의 구속 기각률은 5.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0.0%로 늘었다.
유괴와 유괴 미수 건수는 해마나 들어나고 있다. 위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유괴 및 유괴 미수 사건은 324건이었지만 2024년에는 41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1~8월까지 319건으로 2021년 한 해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기준이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대해 제대로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법제도는 운영이나 해석이 전부 범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러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하지만 궁극적인 사법 정의 실현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는 "현행 영장 심사 때는 도주 우려, 증거 인멸의 우려만 중점적으로 보는데 그것은 법원의 행정적인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위험성 등의 내용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면 재범의 우려, 범행의 위험성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더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며 "스토킹이나 약취 유인 범죄는 피해자들의 공포 등 '보이지 않는 피해'도 고려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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