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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 폭락'···외국인들 세제개편 배신에 'K증시 탈출'

기사등록 : 2025-08-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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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 급락…개인 2조 '사자'에도 3120선 붕괴
"코스피 5천 기대 후퇴"...시총 상위 100개 중 96개 하락
외국인, 4일 연속 사자 뒤 하루 만에 9228억 매도
코스닥도 3% 급락…바이오·로봇주 낙폭 확대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국내 증시가 세제개편 충격에 휘청이며 코스피가 4% 가까이 급락했다. 장 초반 319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낙폭을 점차 키우며 3120선까지 붕괴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단 4개만 제외하고 하락하는 등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일,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은 2조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228억원, 1조138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세제 개편안의 실망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3% 넘게 하락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달러·원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달러·원 환율은 17.00원 오른 1404.00원에, 코스닥 지수는 32.45포인트(4.03%) 내린 772.79에 장을 마감했다. 2025.08.01 ryuchan0925@newspim.com

시장에서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직접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종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신설 등의 방안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시장의 실망감이 매도세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 급락은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과 그간 많이 올랐던 지수의 숨고르기 조정 성격"이라며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주주 양도세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보니, 개인 수급들이 많이 몰린 코스피 대형주와 코스닥을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과세발 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변동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증시 활성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진정성에 크리티컬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시장 반응, 투자자 의견을 수렴해서 과세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쪽으로 바꿔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코스피의 언더퍼폼이 뚜렷했다"며 "전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은 이전 정부의 감세 기조를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투자자들의 불만과 함께 '코스피 5000시대'를 슬로건으로 하던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고, 증시에 우호적이었던 정책 기대감이 크게 후퇴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종목 중 96개가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7만원선을 돌파한 이후 줄곧 강세를 유지했으나 이날 3.50% 급락한 6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5.67%), LG에너지솔루션(-2.48%), 삼성바이오로직스(-3.09%), 한화에어로스페이스(-5.72%) 등 주요 대형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한화오션(4.54%)과 한화시스템(0.84%)은 상승 마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이 최근 미국 내 한화오션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MASGA 프로젝트'를 승인한 배경이 알려지며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8월 1일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 캡쳐. [사진=네이버페이증권]

이번 급락이 단기 조정에 그칠지 여부는 향후 정책 대응과 외국인 수급 흐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7월 마지막 주 내내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 시장에서 동반 매수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던 상법 개정이 사실상 후퇴하면서 이에 따른 정책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던 종목들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실망 매물이 대거 출회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갔다. 28일 4999억원을 시작으로, 29일에는 6039억원, 30일에는 4949억원, 31일에도 3674억원 규모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도 같은 기간 동안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인 1일, 외국인은 하루 만에 9228억원, 기관은 1조1388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셀코리아' 흐름을 이끌었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전면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각의 실망감은 선반영된 기대와 시장 눈높이에서 기인한다"면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도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본시장 내에서 대주주와 투자자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증시 하락은 코스닥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2.45포인트(4.03%) 하락한 772.79에 마감했다. 개인이 268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51억원, 142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바이오주 중심으로 낙폭이 두드러졌다. 알테오젠은 7.05% 급락했으며, 삼천당제약(-6.97%), 레인보우로보틱스(-6.14%), HLB(-4.06%), 리가켐바이오(-5.16%) 등 바이오와 로봇 등 고밸류 섹터 전반에서 하락이 이어졌다. 시총 상위 100개 종목 중 아난티(4.72%), 올릭스(0.65%), 비오(0.08%) 등 3개 종목을 제외하면 모두 하락 마감했다.

 

nylee5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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