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7-15 08:00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고부가 전략 품목으로 삼고, 기술 개발과 고객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LCC는 스마트폰 등 기존 IT 기기를 넘어 서버, 전기차(xEV),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으로 적용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해 전체 MLCC 개발 인력의 60~70%를 AI 서버와 전장 부문에 집중 배치하고 있으며, 고온·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고신뢰성 제품군을 앞세워 글로벌 수요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 AI·전장 MLCC 전략 공개…"고온·고압도 견딘다"
삼성전기는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제품 학습회를 열고 AI 서버·전장용 MLCC 설계 기술 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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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기의 MLCC 제품. 2025.07.14 kji01@newspim.com |
삼성전기는 초소형·초고용량·고신뢰성·고온(125~150℃), 고압(<2000V)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신뢰성 MLCC 제품을 이미 확보했으며, 이를 앞세워 AI 서버·전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는 "MLCC는 유전체와 전극이 함께 소성되는데, 서로 다른 재료의 열팽창 차이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신뢰성을 좌우한다"며 "더 작은 파우더를 써야 더 균일한 구조를 만들 수 있고, 삼성전기는 이를 위해 부산에서 직접 파우더를 제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전체를 더 얇게 쌓아 올리는 고밀도 적층 공정과 정밀한 신뢰성 보정 설계 기술도 삼성전기의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MLCC는 최신 스마트폰에 1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수만 개가 들어갈 만큼 전자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부품이다. 제품의 크기는 머리카락보다 얇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0.2mm×0.1mm(머리카락 두께 약 0.3mm)부터 5.7mm×5.0mm까지 다양하다. 가장 작은 전자부품이지만 내부에는 500~10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져 있으며, 300ml짜리 와인잔을 채우면 수 억여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 부품이다.
◆ AI 서버 MLCC, 초소형·고온·고압 보증 라인업 확대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 무라타와 함께 글로벌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
전체 서버 시장 대비 AI 서버 시장은 특히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서버 시장은 2024년 1429억달러(약 196조원)에서 2030년 8378억달러(약 1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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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기의 MLCC 제품. 2025.07.14 kji01@newspim.com |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고온(105도 이상), 고전압(100V), 고밀도 데이터 처리 환경에서 동작하는 만큼, 일반 서버보다 약 5~10배 이상의 MLCC가 탑재돼야 한다. 특히 GPU가 과부하되는 환경에서는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고신뢰성 MLCC가 필수다. AI 서버용 MLCC는 열에 강하고 소형화된 구조로 설계돼야 하며, 발열에 따라 안정적인 전류 흐름이 가능해야 한다.
삼성전기는 소재 기술 및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소형, 초고용량, 고온, 고압 등을 보증하는 AI 서버용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상무는 최근에는 MLCC를 기판 내부에 내장하는 구조에 대한 고객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원 신호를 정제하는 MLCC가 IC와 가까운 위치에 있을수록 잡음 간섭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아직 이 구조를 양산하고 있진 않지만, 고객 요청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전장용 MLCC, ADAS 맞춤 고신뢰성으로 승부
전장용 MLCC는 고온(125℃ 이상) 및 저온(영하 55℃) 환경, 급정지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85%)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인 작동이 요구된다. 이 제품은 IT 제품 대비 개발 기간도 약 3배 길고, 가격도 3배 이상 비싼 고부가 제품군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ADAS는 고도의 전자제어가 필요해 고신뢰성 MLCC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1년 ADAS용 MLCC 2종 개발 ▲2022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 13종을 개발했다. 이어 ▲2024년에는 16V 전고체 배터리용 MLCC 2종과 2000V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MLCC ▲2025년에는 바이폴라(Bipolar) MLCC 제품을 개발 등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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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가 14일 MLCC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7.14 kji01@newspim.com |
이 상무는 "전기차에서 단순히 용량이 많은 것 외에, 높은 온도나 휨 강도 같은 추가 특성들이 요구되고 있다"며 "기판을 휘었을 때 깨져 나가거나 분리되는 일이 없도록 휨 강도나 구조 특성을 강화한 MLCC도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쇼트(단락) 방지 구조를 갖춘 MLCC를 통해서도 전장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일반 MLCC는 내부 전극 간 거리가 좁아질수록 고용량 구현에는 유리하지만, 강한 전압이 걸릴 경우 스파크에 의한 단락(short)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제품 파손이나 회로 고장이 유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삼성전기는 한쪽에서만 불량이 나더라도 반대편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돼 절대 쇼트가 나지 않는 구조의 MLCC를 제작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일부 용량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상무는 "용량에는 손해를 보지만, 절대 쇼트가 나지 않는 구조로 전장 쪽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차량용 전자부품에서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의 특수성을 고려한 설계 전략이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