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7-02 22:38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대공 방어 시스템과 미사일, 포탄 등의 지원을 돌연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2일(현지시간) 존 깅컬 주우크라이나 미 대사관 공관차석을 초치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측의 갑작스런 결정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방위 역량 지원에 대한 어떠한 지연이나 망설임도 침략자(러시아)가 평화를 추구하는 대신 전쟁과 테러 행위를 계속하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무기의 선적 일정 중단이나 변경에 대한 어떤 공식 통지도 받지 못했다"며 "상세한 내용의 추가 확인을 위해 미국 측에 전화 통화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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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PAC-3)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록히드마틴사] |
미국이 지원을 중단한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방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설타임스(FT)는 "이번 미국 정부 결정에 영향을 받는 무기와 장비는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용 PAC-3 요격 미사일 수십 발, 스팅어 휴대용 대공 미사일 수십 발, 정밀 유도 포탄,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100발 이상, 우크라이나 공군의 중·단거리 방공 시스템 나삼스(NASAMS), F-16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AIM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이 포함됐다"고 했다.
또 AT4 유탄 발사기와 같은 대전차 무기도 영향을 받았으며, 장거리 지상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유도형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 약 250발도 전달이 불투명해졌다.
미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무기 공급 중단 결정은 6월 초에 내려졌지만 실제 실행은 최근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일부 무기는 이미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중 전달이 취소돼 미국으로 돌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무기 비축량이 빠르게 줄어들자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어떤 무기들이 지원 중단됐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접근 방식을 재검토하고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 분야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이) 약속대로 많은 (방어) 시스템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앞으로 우리의 민간 기반 시설에 러시아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전략센터의 군사 전문가 빅토르 케블류크는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의 부재는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성공률을 높여 민간인 사상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GMLRS 미사일이 없으면 우크라이나군이 작전 반경 내 적 목표물에 대한 공격 능력이 크게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및 드론 공습을 감행한 지 3일 만에 나온 조치"라며 "러시아의 여름 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방어 태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무기가 줄어들수록 전쟁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