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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작업 본격화′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 여부 주목

기사등록 : 2025-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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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고공 행진 SK오션플랜트, 되레 매각 '부담'
내년 IPO '마지노선'…그룹 재편 속 '미래 성장동력' 매각 딜레마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기업공개(IPO)를 앞둔 SK에코플랜트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 매각에 나선 가운데, 정작 '알짜'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의 실적 호조가 매각 작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대 주주가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SK에코플랜트에 부담이다. 향후 SK오션플랜트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매각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실적 고공 행진 SK오션플랜트, 되레 매각 '걸림돌'…2대 주주와 '동상이몽'

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의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 전략에 따라 반도체 및 AI 관련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자회사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SK에코플랜트의 주요 계열사들은 줄줄이 매각 시장에 나왔다. 실적 부진으로 매각이 확실시되던 환경사업부(리뉴어스·리뉴원)를 제외하더라도, 최근 대형 수주를 따낸 SK오션플랜트까지 매각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리뉴원(지분 100%)과 리뉴어스(지분 75%)는 지난 2020년 SK에코플랜트가 친환경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추진한 인수합병(M&A)의 상징과도 같은 자회사들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부터 2년간 4조원을 투입해 15개 친환경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으나, 이러한 공격적인 M&A는 차입금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리뉴어스와 리뉴원은 2023년 각각 305억원, 9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SK에코플랜트 전체 순손실(958억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이들 자회사의 매각은 SK에코플랜트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초 2조5000억원이던 이들 회사의 희망 매각가는 최근 1조5000억~2조원 정도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몸값을 낮춰서라도 빠른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환경사업부와 함께 매각이 점쳐지는 SK오션플랜트(지분 37.6%)는 사정이 다르다. SK오션플랜트는 최근 대형 해외 수주를 따내며 매각 전 기업 가치 상승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오션플랜트는 지난달 30일 안마해상풍력으로부터 3834억원 규모의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따냈다. 이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의 약 57.9%에 달하는 대형 수주다.

실제로 SK오션플랜트는 올해 1분기 매출 2571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23%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해상풍력 매출 성장에 따라 수익성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SK오션플랜트의 상승세는 SK에코플랜트의 매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평가하는 매각가는 5000억원 안팎이지만, 2대 주주이자 SK오션플랜트 전신인 삼강엠앤티 창업자 송무석 전 대표 일가(지분 20.73%)로서는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지분을 급하게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수혜가 기대되면서 추가적인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면서 업계 내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오가고 있다.

특히 해상 풍력은 114개소 799기, 2GW(기가와트) 수준의 설비 용량이 보급돼 있는 육상풍력에 비해 15개소 76기로, 설비 용량이 0.26GW에 불과하다. 정부가 탈탄소 흐름에 맞춰 오는 2030년까지 14.3GW의 해상풍력 설비를 짓겠다고 공언하면서 100조에 다다르는 사업 규모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이러한 정책 수혜가 SK오션플랜트의 몸값을 5000억 원대보다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SK에코플랜트와 2대 주주 사이에는 동반매각요구권이나 동반매각참여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에코플랜트가 2대 주주의 지분을 강제로 함께 매각할 권한이 없음을 의미한다. 만약 SK에코플랜트 지분만 단독으로 매각할 경우, 30%대 지분율로는 인수 매력이 떨어져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내년 7월 IPO '마지노선'…그룹 재편 속 '미래 성장동력' 매각 딜레마

SK에코플랜트 본사. [사진=SK에코플랜트]

이러한 상황에도 SK오션플랜트의 매각이 진행될 경우, SK에코플랜트는 내년 7월 기업공개(IPO)를 위한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성장성이 높은 '알짜' 자회사를 미래 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22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로 조달한 1조원 중 6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에는 2026년 7월까지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즉,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은 IPO를 위해 '급한 불을 끄려는' SK에코플랜트의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SK오션플랜트까지 매각 대상에 오르내리는 상황은 IPO를 위한 단기적 유동성 확보가 미래 성장 동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심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딜레마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해 IPO를 성공시키고, 동시에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2023년 말 최태원 회장의 '서든데스' 경고 이후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 재편을 꾀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관리와 중복 투자를 정리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SK온)은 막대한 투자로 인해 순차입금이 급증하며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개선 노력은 결국 SK온의 재무 부담을 덜고 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자회사 매각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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