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25-06-27 15:50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 방향을 조율 중이다.
핵심은 '조건부 매입' 도입과 함께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유도할 전략작물 육성 확대다. 기존 '의무 매입'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도 농가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절충안이다.
◆ 쌀 수급 불균형 구조적 문제…지난해 정부 재정 2조원 투입
27일 정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정권에서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양곡법을 비롯한 '농업4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업4법'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은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을 비롯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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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제시한 양곡법 대안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지며,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양곡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쌀 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이 자리한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62년 이후 가장 낮았다. 30년 전인 1994년(120.5kg)과 비교해도 53.2%나 줄어드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628만톤에서 358만톤으로 47.4% 감소하는 게 그쳤다. 쌀 소비 감소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공급 과잉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정부의 시장격리(공적매입)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보관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정부 재정 2조343억원을 투입했다.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여기에 보관·관리비는 50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정부 창고에 쌓인 쌀 재고는 벌써 124만톤을 넘어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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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쌀값이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방향으로 양곡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정부 재정 부담뿐 아니라 농가의 과잉 생산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특히 쌀은 기계화율이 높고 생산 대비 소득이 높아, 여타 작물보다 전환 유인이 낮은 품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의무매입 방식이 유지되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조4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정부가 사들이는 전량을 장기 보관하거나 폐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정책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제기돼왔다.
◆ 의무매입→조건부 매입으로 전환…전략작물 인센티브 강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재 정부와 여당은 '조건부 매입' 방식을 중심으로 개정 방향을 재설계하고 있다.
핵심은 정부의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 협조한 농가에 한해 매입을 보장하는 구조다. 시장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벼 재배 감축 등 정부 목표를 이행한 경우에만 의무매입 대상이 된다.
지난 3월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감축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가격이 하락한 경우 정부가 매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 조항은 송미령 장관이 장기간 설득해 온 '현실적 타협안'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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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4.23 pangbin@newspim.com |
전한영 농식품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양곡법 대안에 대해 "면적감축을 했는데도 과잉일 경우엔 매입을 하지만, 면적감축을 하지 않았는데 사는(매입하는) 건 그럴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략작물 전환 지원책도 병행한다. 벼 대신 조사료, 콩, 밀 등 수요 기반이 확실한 품목으로 전환을 유도하면 생산조절과 식량자급률 제고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전략작물 직불제를 확대하고, 단가 상향 등으로 농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송미령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과거 농업4법을 '농망법'이라 표현한 건 절실함에서 비롯된 표현이었다"며 "이제는 '희망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게 일관된 기준"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양곡법 개정은 단순한 쌀 매입 제도 조정이 아닌, 향후 식량 정책의 전환점이다. 조건 설정의 구체성과 농가의 신뢰 확보 여부, 전략작물 확대 정책의 실행력 등이 향후 개정안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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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4.23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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