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5-02 12:09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폭탄이 보수 진영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캐나다에 이어 이번 주말 총선을 앞둔 호주에서도 트럼프발(發) 역풍이 진보·중도 세력의 단결을 촉진하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호주 총선을 앞두고, 집권 중도좌파 노동당(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과 보수 자유·국민당 연합(피터 더턴 대표)이 맞붙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수 연합이 노동당을 앞섰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폭탄과 '트럼프 따라 하기' 전략이 역풍을 불러왔다.
더턴 야당 대표는 그간 이민 제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다양성 등에 대한 워크(woke) 문화 비판 등 트럼프식 화법과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호주로 유입되는 이민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연방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4만 1000개 감축하겠다고 공약하며, 정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명분 아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더턴 대표는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Make Australi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차용하는 등 트럼프식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수층 결집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중도층과 젊은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호주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압박이 현실화되자, 호주 유권자들은 보수 야당이 미국식 극우 포퓰리즘을 답습하는 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은퇴자와 중산층은 관세 여파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체감하며, "미국이 우리를 이렇게 대우할 줄 몰랐다"는 실망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에 나쁘다'고 답했고, 부동층의 35%는 트럼프 때문에 더턴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더턴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보수 진영은 선거 막판 트럼프와의 거리 두기에 나섰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주 총선이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반 트럼프' 정서가 보수의 패배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발 관세와 우익 포퓰리즘의 역풍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지형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