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미 간 대화가 교착 상황에 빠지고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미국에 단단히 뿔이 난 상태라고 7일(현지시각)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연기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의 회담과 관련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북한과의 진행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며 낙관적 태도를 보였지만 미 군사 및 외교 관계자들이 전한 실상은 이와 판이하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핵 개발을 재개하겠다고 협박한 점이나, 북한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지 않은 점, 북미 정상회담이 5개월이나 지나고 있는데 양측이 ‘비핵화’의 기본 조건에 대한 정의도 아직 합의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면서 “양측이 여전히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북미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국이 어떠한 제재 완화도 제공하지 않은 점에 북한이 “점차 화가 치밀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다음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미국이 먼저 움직여줘야 한다는 것이 북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미국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해 최대 압박 전략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국제사회, 특히 한국이 이를 잘 따르지 않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각국 지도자들이 북한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계기가 돼 더 이상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중국, 러시아와 함께 한국까지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압박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북미 협상 관계자들 간 개인적 마찰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미국이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을 “고리타분하고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로 여기고 다른 북한 인사와의 협상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미 국방 관계자는 미국의 관점에서 김영철은 여전히 강경론자로 미국에는 점차 어려운 협상 대상이라는 점이 북미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위 국방부 관계자 두 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끌어들여야 하는 데 시간이 걸려 진전이 더디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기다려주는 이유도 이러한 김 위원장의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내년쯤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폼페이오 장관 회동도 다른 스케줄 상 이유로 연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국가안정보장회의(NSC)나 미 국무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일정’ 관련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면서 북미 회담 낙관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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