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서울 시민 여러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후 2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모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오세훈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직전까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자리를 지켰던 오 시장은 무죄 판결이 나오자 미소를 지었고, 법정을 나선 뒤에는 자신을 믿어준 시민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재판 기간 자신을 지지해 준 시민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선고를 약 13분 앞둔 오후 1시 47분께 서울고법 404호 법정에 들어섰다. 남색 정장에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붉은 넥타이를 맨 그는 방청석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선고 시간이 가까워지자 오 시장의 표정은 점차 굳어졌다. 오후 1시 49분께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입술을 굳게 다문 그는 이내 등을 곧게 편 채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방청석과 법정 밖 복도가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한동안 정자세를 유지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강 전 부시장이 좌우를 살피는 동안에도 오 시장은 눈을 감은 채 선고를 기다렸다. 오후 1시 52분께 김씨까지 입정하면서 피고인 3명이 모두 자리를 잡았고, 오후 1시 55분께 법정은 지지자들과 취재진으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찼다. 오 시장은 선고를 불과 3분 앞둔 오후 1시 57분까지도 눈을 감고 있었다.
오후 2시 정각 재판부가 입정하자 소란스럽던 법정 안은 조용해졌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출석 여부를 확인한 뒤 판결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자 오 시장을 비롯한 피고인 3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바라봤다.
재판부는 먼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을 짚었다. 1심은 명씨 진술에 일부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카카오톡 대화와 당시 여론조사 자료 등을 근거로 공소사실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에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 과장된 내용이 혼재돼 있고 수사 과정에서 제시된 증거에 따라 진술이 구체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 이유가 이어지는 동안 오 시장은 시선을 앞에 둔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이 이어질 때도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선고 막바지에는 침을 삼키고 입맛을 다시는 모습도 포착됐다.
재판부는 이어 1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 김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 측 항소도 기각했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 요지의 공시를 원하는지 묻자 오 시장은 웃으며 "네"라고 답했다. 함께 선고를 들은 김씨도 미소를 보이며 같은 뜻을 밝혔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팽팽했던 법정 분위기도 풀렸다. 방청석에서는 미소가 번졌고 일부 지지자들은 손뼉을 쳤다. 방청석의 한 여성은 두 손을 맞잡으며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변호인들과 지지자들은 서로 악수하며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법정 밖 복도에서도 지지자들이 서로 악수하고 환호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 시장은 오후 2시 20분께 법정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과 악수했다. 선고 전까지 말을 아꼈던 그는 취재진 앞에서 국민에게 먼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오 시장은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보다 완벽하게 정말 조심스럽게 공직 생활을 해야 되는데 이렇게 검찰의 그리고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좀 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서울시민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한창 재판 중에 선거를 치렀는데 그래도 오세훈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를 해 주신 서울 시민 여러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 여러분들의 그런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더 열심히 일해서 보답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은 시민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며 감사의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번 재판 기간 중에도 제가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신뢰를 철회하지 않으시고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계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 덕분에 버티면서 일하면서 재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법정에 들어서기 전 오 시장은 선고 결과를 예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글쎄요. 1심에서 제출되지 않았던 유리한 결정적 증거가 제출이 되지 않았습니까? 한번 재판 결과를 지켜보시죠"라고 답한 바 있다.
선고 전에는 짧은 답변으로 말을 아꼈던 오 시장은 무죄 선고 이후 시민들에 대한 사과와 감사를 거듭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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