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승우 기자 = 메타와 중국 업체들이 이끄는 글로벌 증강현실(AR) 글래스 시장이 올해 처음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지만, 핵심 부품인 초소형 디스플레이 공급망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일본 소니와 미국 옴니비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주요 제품의 패널 공급을 선점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아직 본격적인 공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AR 글래스 시장은 올해 1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패널 업체들은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쓰이는 IT용 OLED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초소형 OLED 기술 개발과 시제품 공개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기존 IT용 OLED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AR 글래스가 차세대 모바일 기기로 성장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진입 시점과 고객사 확보 여부가 새로운 경쟁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9일 패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R 글래스의 출하량은 지난해의 2배 이상인 131만대로 관측되는 가운데 제품에 탑재되는 초소형 디스플레이는 일본·미국·중국 업체들이 주로 공급하고 있다. 메타·엑스리얼 등 주요 AR 글래스 브랜드의 디스플레이 공급망에서 국내 패널 업체는 빠져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올해 111% 성장...초소형 디스플레이 공급 상당수 소니 몫
AR 글래스는 투명 렌즈로 현실을 보는 동시에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겹쳐 띄우는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기기의 일종이다. AR 글래스 등 XR기기는 '포스트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AR 글래스 출하량이 지난해 62만대에서 올해 131만대로 111.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고, 내년에도 8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흥행시킨 메타가 점유율 약 20%를 차지하고 있고, 엑스리얼·이븐리얼리티·로키드·레이니오 등 주요 4개 브랜드를 합쳐 53.2%의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AR 글래스에는 화면이 없는 스마트글래스와 달리 안경테 안에 초소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그 때문에 글로벌 패널 시장에서는 AR 글래스 디스플레이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를 올린 올레도스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올린 레도스(LEDoS)가 AR 글래스 디스플레이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현재 공급은 해외 업체들이 주로 맡고 있다. 올레도스(OLEDoS) 공급량의 70%가량을 일본 소니가 차지하고 있다. 메타가 준비 중인 차세대 제품의 패널 공급사로는 중국 시야(SeeYA)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비전프로 패널은 소니가 공급하고 있고,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에는 미국 옴니비전의 엘코스(LCoS·실리콘 기반 액정) 패널이 들어간다.
◆ 삼성D '올레도스 개발·양산'-LGD '기술 있지만 IT 집중'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장의 무게중심을 IT용 OLED 시장에 두고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올해 초 "8.6세대 OLED 성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약 4조1000억원을 투입한 충남 아산 8.6세대 IT OLED 라인을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했다. 이 라인에서 생산한 패널이 하반기 출시되는 애플 맥북 프로에 탑재될 전망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도스 양산과 차세대 기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2023년 미국 올레도스 업체 이매진을 인수한 뒤 전담 조직을 꾸렸고, 미국 국방부에 초소형 디스플레이를 공급해왔다. 시중 제품으로는 삼성전자 XR 헤드셋 '갤럭시 XR'에 1.3형 4K 올레도스를 공급하고 있다.
AR 글래스용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XR 전시회 'AWE USA 2026'에서 4만니트 밝기의 1.3형 RGB 올레도스와 0.62형 RGB 올레도스를 적용한 스마트글래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RGB 올레도스는 단일 패널로 이루어져 제조공정의 난이도가 낮고 양산성 및 원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며 "생산성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AR 글래스용 RGB 올레도스의 양산 일정과 고객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IT 기기용 OLED 시장에 집중하며 XR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금속 마스크(FMM) 없이 OLED 화소를 형성하는 신공정 'FLiPP(플립)'을 최근 공개했다.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고객 니즈가 있는 노트북과 모니터 등 IT 제품군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FLiPP은 아직 기술 개발 단계로 양산 시점과 고객사는 정해지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론상으로는 플립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워치, 100인치 이상 TV, VR·AR 패널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생산할 수 있다. 조흥열 LG디스플레이 차세대디스플레이담당 상무는 "기술적 난이도는 있겠으나 사이즈와 해상도에 대한 제약은 없다"고 말했다.
◆ IT OLED 집중 이유는? "아직은 주도권 쥔 업체 없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패널사들이 IT OLED에 집중하는 것은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AR 글래스 출하량은 131만대 수준이지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전망한 올해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은 7억7800만대에 달한다.
아직 AR 글래스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연평균 47%의 높은 성장률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소비자 효용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저가형 AI 글래스로 소비자 효용이 먼저 검증된 후 초소형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경용 초소형 디스플레이는 엘코스, 레도스, 올레도스 중 어떤 기술이 수율이나 가격, 소비자 반응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지 정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며 "소니가 애플 제품에 패널을 공급하며 점유율을 늘리긴 했지만, 특정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raul164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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