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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진군의회가 '민생지원금'만 안깎았으면 추석대목장 사람 개락났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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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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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진 군민들이 17일 추석 앞 민생지원금 삭감을 성토했다.
  • 군의회는 140억 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반발이 커졌다.
  • 물가 상승과 제사 감소로 추석 대목장도 한산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물가는 오르고 사람들은 줄고...당최 팔리질 않니더"
추석앞둔 울진대목장 예전보다 '썰렁'...'민생지원금 삭감' 비난 목소리 '봇물'
기후변화 우려 목소리도..."폭염에 폭우에 바다 수온도 오르고"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추석 전에 군에서 민생지원금 30만 원씩 나눠준다고 해서 추석제사에 쓰려고 문어를 맞춰놨는데 큰일 났니더. 군의원들이 반대해서 지원금이 안 나온다 하잖니껴. 제사 쓰려고 문어는 맞춰놨는데... 추석 물가도 크게 올랐는데 큰일이시더."

"내 말이 그 말이시더. 추석 전에 나온다던 민생지원금이 군의회가 중단시켰다니더. 그거 나오면 올해 추석에는 제수 장만에 좀 낫게 지낼 수 있나 싶었는데... 근데 그거 중단시킨 게 국민의힘인가 뭔가 그 당 소속 군의원들이 전부 그랬다니더. 줬다가 뺐는 것도 아니고... 내사 앞으로는 절대로 국민의힘은 안 찍니더."

추석절을 일주일여 앞둔 17일. 사실상 추석 대목장인 울진 바지게시장의 화두는 단연 '민생지원금'이다. 곳곳에서 민생지원금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울진 바지게시장은 경북 울진군 울진읍 소재의 전통 장시(場市)이다. 울진군 내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전통 장시이다.

콩나물과 나물, 채소를 한아름 쌓아놓은 채소전 옆에 놓인 간이의자에 대목장을 보러 나온 아낙들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역시 '민생지원금' 얘기이다.

 

 

"손님이 당최 없니더. 그놈의 민생지원금만 원래대로 줬으면 오늘 대목장에 손님들이 개락('셀 수 없을 만큼 많다'는 뜻을 지닌 울진 지방 방언) 났을 텐데..."

잘 가꾼 쪽파를 좌판에 가지런히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고령의 아낙이 쪽파를 다듬으며 불쑥 뱉는다. 목소리에 노여움이 잔뜩 묻어 있다.

"민생지원금 주면 우리 같은 장꾼들도 살고, 물건 사러 오는 손님들도 살고... 울진 주민 모두가 추석 잘 쇠을 텐데... 그 돈은 울진 바깥에서는 못 쓰는 돈이라 울진에서만 돌고 도는 돈인데... 군의횐가 머시, 군의들이 왜 없앴는지 당최 이해가 안 되니더."

잘생긴 햇밤을 바구니에 수북하게 쌓아둔 아낙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장바닥을 바라본다.

고구마줄기와 애호박을 들고 나온 고령의 할머니가 맞장구를 친다.

"글쎄 말이시더. 거리에 붙어 있는 현수막에 쓰인 글이 딱 맞니더. 추석 앞두고 군수는 서민들 살리자는데, 군의회는 예산을 다 깎아버리고... 그 말이 딱 맞니더."

옆자리에서 좌판을 펼친 초로의 아낙이 목소리를 높인다.

"할매요, 서민들은 나날이 오르는 물가 땜에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데... 글쎄 말이시더. 이번에 민생지원금을 다 깎은 군의원들이 지난 2월 달에는 자신들이 앞장서서 민생지원금을 줄 수 있는 조례를 직접 만들고 했다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이 앞장서서 다 깎았다니더. 이게 말이 되니껴. 지난 2월에는 그럼 지방선거 앞두고 표 얻을라고 했는 거 밖에 더 되니껴."

 

 

◆ "군의회가 2월 달에는 조례 만들어 지원금 지원... 선거 끝나니까 삭감한 건 자가당착"

실제 지난 2월 당시 울진군의회는 '6.3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도 의원 전원 공동 발의로 '울진군 민생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울진군은 군민 1인당 30만 원, 차상위 계층 및 한부모가족 35만 원, 기초생활수급자 40만 원의 지원금을 지원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사례를 기억하며 이번 울진군의회의 '민생지원금 전액 삭감'은 자가당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울진군의회가 '전액 삭감' 의결한 '민생안전지원금' 이야기가 추석 대목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울진군의회는 지난 8일 장례회에서 울진군이 추석을 앞두고 서민생활과 지역경제 선순환적 활성화를 위해 편성한 '민생생활안정지원금' 예산 140억 원 전액을 삭감 처리했다.

당시 울진군은 고물가 등의 상황에서 군민의 생활안정을 돕고 침체된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반교부세 등 울진군이 당초 예상보다 추가 확보한 일반회계 일반 재원 약 424억 원 중 약 140억 원의 규모의 '민생안전지원금' 예산을 편성해 울진군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군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 주도로 '민생안전지원금' 전액을 삭감하자 지역사회는 이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집회가 수일째 이어지고 울진군이장협의회를 비롯 상인회, 울진군정감시단 등 사회단체가 울진군 전역에 '국민의힘 소속 울진 군의원 규탄'과 '울진군의회 해산'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리는 등 '민생지원금 삭감' 논란이 확산돼 왔다.

추석을 앞둔 대목장에서도 이 같은 여론이 분출되고 있는 셈이다.

 

 

◆ 추석 명절제사 감소 추세 두드러져....10년 전 비해 47.1%↓

오전 9시가 조금 지나자 장터거리에 사람들 발길이 늘어난다. 추석 대목장답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침체돼도 울진사람들은 여전히 명절맞이에 대한 생각이 각별하다. 조상 모시기와 객지에 나간 자녀들을 풍성하게 맞으려는 부모들의 마음이 온 장터 거리를 감싸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예전같지 않다.

어물전에서 할머니 한 분이 제법 커다란 열기와 가자미를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며 건어물을 꼼꼼하게 살핀다.

"열기 값이 많이 올랐니더. 추석 대목장이라 해도 물가가 많이 올라 제수 장만하기도 겁나니더."

어물전에 제수 고기를 사러 온 또 다른 할머니가 거든다.

"이번 추석에 객지 나간 아이들이 못 내려온다고 연락이 왔니더. 아(자식들)들이 안 온다는데 제수 고기도 많이 장만할 필요가 없어 올해는 열기, 가자미, 민어 한 마리씩만 준비할라 하니더."

수십 년째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해 온 A(여, 73)씨는 "손님들이 제수에 쓸 떡을 소량으로만 준비하니더. 코로나 때도 이보다는 나았다"며 "올해 추석 대목장은 유난하다"고 말한다.

A씨는 "예전에는 제수 떡으로 보통 3되 이상을 주문했는데, 올해는 주문 대신에 송편을 낱개로 사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떡집 앞 좌판대에 수북하게 놓인 떡을 가리킨다.

한국리서치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낼 계획'인 비율은 각각 30%와 27.3%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6년 74.4%에 비해 47.1%p 감소한 수치이다.

울진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추석 등 명절 제사는 생략하는 추세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 "어물값도 오르고 채소값도 오르고....추석 제수 장만 겁나니더"

좌판이 늘어서 있는 채소전 거리에 오이, 애호박, 햇밤, 햇대추, 고구마줄기, 마, 햅쌀 등을 들고 나온 할머니들이 띄엄띄엄 기웃거리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초로의 할머니들이 들고 나온 장거리를 다듬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객지 나간 자식들 이야기, 평생 함께 살아 온 이웃집 할아버지가 세상을 버린 이야기, 옆집 할머니가 집에서 버티다 못해 요양원으로 간 이야기 등 삶을 버팀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이 줄줄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물가 걱정이 태반이다. 또 지난 9월 초까지 기승을 부리던 폭염과 폭우 등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고기 값이 많이 올랐니더. 채소 값도 오르고 어물 값은 올라도 너무 올라 살 엄두가 안 나니더."

추석장을 보러 왔다는 초로의 아주머니가 "시장을 두 번 돌았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러면서 "젯상에 소고기 산적을 꼭 올려야 되는데... 잠시 뒤에 축협에서 세일한다는데 한 번 가볼까 한다"며 발길을 돌린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10∼11일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등 6개 도시의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28개 차례상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30만375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4.1% 오른 수치이다.

육류의 경우 품목별로는 쇠고기 양지가 600g에 3만3050원으로 지난해보다 10.5%, 한우 안심은 1만5300원으로 지난해보다 13.8% 올랐고 등심은 2.8% 올랐다. 닭고기는 1㎏ 기준 7230원으로 13.1% 올랐다. 계란은 10개 기준 2820원으로 8.9% 상승했다.

사람들은 "채소값과 어물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면서 특히 젯상에 꼭 오르는 '나물국'에 쓰일 무와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 시금치·배추·무 등 채소류·어물 가격 상승... 장기적 폭염·폭우따른 작황부진 영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시금치는 100g에 2175원으로 전월 대비 16.4% 상승했다.

또 배추는 상품이 5040원 선에 거래돼 전년도 같은 달 대비 38.2% 올랐다. 무는 상품 1개당 1371원 선에 거래돼 전년도 같은 달 대비 23.9%, 애호박은 20개 기준 32,929원 선에 거래돼 전년도 같은 달 대비 31%가 올랐다.

이들 모두 이달 초까지 이어진 폭염과 폭우에 따른 작황 부진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추와 밤, 조기, 대파 등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울진 사람들이 명절 제사상에 빠뜨리지 않고 올리는 열기와 가자미, 명태, 문어 가격이 불과 한 달 전보다 8000~1만원 이상이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울진 지방에서 생산되는 이른바 '지방고기'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수입산 어물에 비해 지방에서 잡힌 어물 값이 월등하게 높게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문어를 크기별로 가지런히 좌판에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어물전 아낙이 "오늘 아침 수협 위판장에 문어 입찰 가격이 '1kg'에 17,000원 선에 거래됐다"며 추석 앞두고 어물 값이 올라 문어를 사는 손님도 뜸하다고 한숨을 내쉰다.

 

◆ "기후변화 실감나니더... 우리야 다 살았지만 자식들이 살아갈 일이 걱정이시더"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원도 농삿꾼들이 고랭지 배추 대신에 이제는 양배추로 바꿨다니더. 강원도 태백 지역도 지난여름 낮 기온이 30도를 넘으면서 고랭지 배추 농사가 망했다니더."

"9월 초까지 얼매나 더웠니껴. 매일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또 며칠씩 비가 쏟아지고... 세상이 예전 같지 않니더. 우리야 다 살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제 어찌 살아야 될지... 배추 값이 오르고 어물 값이 오르는 것도 모두 기후 때문이라는데..."

"얼마 전에 죽변항에 잡히지 않던 참치가 엄청 많이 잡혔는데, 팔지도 못하고 그냥 바다에 방류했다니더... 참치고기를 팔 수 있는 쿼터가 없어서 그냥 바다에 버렸다니더..."

실제 기후변화가 가시화되면서 농업과 어업분야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농정 당국에 따르면 고랭지 배추 생산지인 태백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배추 대신 양배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원도 전체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2000년 1461ha에서 2024년 3483ha로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60년 뒤에는 고랭지 배추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점심 무렵이 되자 장터를 가득 메우던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띠게 뜸해진다. 금세 한산해지는 분위기이다.

"울진장은 점심 먹고 2시쯤 되면 거의 파장 분위기시더. 이제 한두 시 되면 모두 좌판 걷니더."

시장 안 식당에서 배달된 비빔밥을 맛깔스럽게 비비던 아낙이 일러준다. 그러면서 아낙은 "이제 점심 먹으면 한 시간쯤 있다가 좌판 걷고 집에 갈 생각"이라고 했다.

아침 일찍 추석 대목을 보기 위해 들고 나온 물건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아낙은 "추석 임박해서 22일 서는 대목장을 기대한다"며 들고 나온 장거리를 보자기에 가지런히 싸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사람들이 하나둘 좌판을 걷는 자리에 제법 서늘한 가을볕이 말갛게 내려앉고 있다. 

nulcheon@newspim.com

22대 국회의원 인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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