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KB금융지주의 자회사인 KB부동산신탁이 40억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책임준공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아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일부 신탁사들이 대주단을 상대로 한 책임준공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잇단 패소로 고전하던 KB부동산신탁도 책임준공 소송에서 첫 승소 사례를 만들었다. 지난 7월 396억원과 100억원 규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나온 승소 판결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일 40억 원대 소송의 승패를 넘어 '부동산 PF 사업장의 부실 손실을 시행사·시공사·신탁사·대주단 중 누가, 어디까지 떠안을 것인가'를 둘러싼 시장의 위험 분담 구도 변화 추세를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한다.
최근 법원이 공사 지연 책임을 신탁사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던 기존 구도에 제동을 걸고 신탁사의 실제 책임 범위와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지는 판결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향후 수조 원에 달하는 신탁업계 책임준공 PF 잠재 손실의 향방과 판례 형성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일 법조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뉴스테이트제이차(주)가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4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9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 40억 원 소송서 원고 패소
지난해 1월 6일 제기된 이번 소송의 원고 뉴스테이트제이차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오피스텔 개발사업 자금조달 과정에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해당 사업장의 후순위(Tranch C) 대주 겸 3순위 우선수익자 지위에서 소를 제기했다.
뉴스테이트제이차 측은 KB부동산신탁이 신탁계약 등에 따른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대주에게 대출원리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점을 내세워 미상환 대출원리금 40억 원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인 KB부동산신탁 측의 손을 들어줬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 계약에서 신탁사의 책임준공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규정은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를 전액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액 예정' 약정이 아니라, PF 대주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약정이라고 법원이 판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준공확약형 신탁계약은 PF 대주와 신탁계약서 문구를 협의해 체결되므로 PF 대주들도 신탁사의 의무 미이행과 인과관계가 있는 '실제 손해'를 배상받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서 피고인 KB부동산신탁 측은 법무법인(유한) 세종과 법무법인 와이케이(YK)를 소송대리인으로 공동 선임해 대응했다. 특히 YK 측 담당 변호사 명단에는 대법관 출신의 권순일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4기)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 측 소송은 법무법인(유한) 신원이 대리했다.
◆ 잇단 패소 판결과 대비…KB부동산신탁 항소로 2심 진행 중
이번 1심 판결은 그간 잇따랐던 패소 판결들과 대비를 이룬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7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2건의 책임준공 손해배상 소송(총 496억 원 규모) 1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가장 규모가 큰 사건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도시형생활주택·근린생활시설 개발사업 소송으로,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외 13개 금융기관(승계참가인 새마을금고자산관리)이 제기한 396억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에서 법원은 대출원금 전액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날 선고된 평택시 세교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소송(원고 신한캐피탈·오릭스캐피탈코리아)에서도 100억 원의 대출원금 및 지연손해금 배상 판결을 받아 원고 승소(피고 패소) 결과가 나왔다.
이밖에 앞서 있었던 책임준공 관련 소송에서도 1심에서 패소했다. KB부동산신탁 측은 이들 패소 사건에 대해 불복 항소장을 제출하고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수백억 원대 패소 판결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번에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줄잇는 책임준공 소송 대응을 둘러싼 신탁업계와 대주단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향후 책임준공 약정의 구체적인 문구, 사업장별 사실관계, 손해배상 범위 설정 등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 KB금융, '책임준공' 관련 충당부채 3191억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차질이 잇따르면서 신탁업계를 대상으로 책임준공 의무를 둘러싼 소송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모회사인 금융지주사들도 관련 소송 리스크를 반영하면서 충당부채를 쌓고 있다.
KB금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이 책임준공 의무를 기한 내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은 총 11곳으로, 관련 PF 대출 실행잔액은 8051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8개 사업장에서 총 15건의 소송이 제기됐으며, 전체 소송가액은 4965억 원 규모다. KB금융은 이와 관련해 3191억원의 충당부채를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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