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현구 기자 = 정부가 3일 국세기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달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부처협의와 입법예고, 차관회의를 거쳐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당초 발표안 가운데 7개 항목을 수정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일부 제도는 국회 제출 전에 한 차례 손질됐다. 하지만 상장주식 평가방법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다시 설계하기로 했고, 여야도 추가 보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제출은 정부 차원의 세법개정안 마련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국회에서 '2차 조정'에 들어가는 출발점이 됐다.
◆ 종부세·ISA 한 차례 수정…국회로 넘어간 정부안
가장 큰 변화는 종부세다. 정부는 당초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려 했으나 최종안에서 이를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은 그대로 추진한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는 최초 발표안보다는 완화했지만 현행보다는 줄어든다. 현행은 부부가 각각 9억원씩 총 18억원을 공제받는데, 최초 정부안은 이를 각각 4억원으로 낮추도록 했다. 최종안에서는 각각 6억원, 총 12억원으로 조정했다. 실거주 공동명의자는 각각 9억원씩 공제받는다.
세부담 상한 인상도 철회했다. 정부는 직전 연도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 상당액의 150%인 현행 상한을 200%로 높이려 했지만 최종안에서는 현행 150%를 유지한다.
ISA 개편안도 일부 되돌렸다. 당초 일반 ISA의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연간 2000만원 납입한도 중 미사용분의 이월을 막으려 했으나, 최종안에서는 모두 철회해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새로 도입하는 생산적금융 ISA는 최소 가입기간 3년만 두고 최대 계약기간은 제한하지 않는다. 미사용 납입한도 이월도 허용한다.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와 정부가 내년 도입할 청년미래적금의 중복 가입 제한도 없애 두 상품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 '주가 누르기' 방지안은 국회서 재설계…여야도 추가 수정 예고
정부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다시 손질하겠다고 예고한 제도도 있다. 상속·증여를 앞두고 대주주가 기업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한 상장주식 평가방법 개편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안에서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상장사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현행보다 평가액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상 기업과 평가방법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자 최종 정부안에서는 구체적인 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일 "추후 국회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규율 강화 방안 등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추가 논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 축소와 세부담 상한 인상은 철회했지만 실거주 1주택자를 우대한다는 기본 방향은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실거주 우대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국회 심사에서 필요한 부분을 추가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종부세와 ISA 일부만 되돌렸을 뿐 여전히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이 남아 있다며 추가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 조세소위가 '본게임'…법 통과 뒤 시행령도 남아
세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심사를 받는다. 세부 조문은 조세소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며, 정부안뿐 아니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세법 개정안도 함께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안의 조문을 수정하거나 정부안과 의원안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국회 제출 전에 스스로 7개 항목을 고친 데다 여야 모두 추가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종부세를 비롯한 쟁점을 놓고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후속 작업은 남는다. 세법이 제도의 큰 틀을 정하면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1주택자가 실제 거주하지 못했더라도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일정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기준 등이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어떤 사유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혜택을 받는 납세자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이날 정부안 제출은 올해 세제개편의 종착점이라기보다 추가 조정의 출발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한 차례 수정된 종부세와 ISA는 추가 보완 여부가 심사대에 오르고, 상장주식 평가방법은 국회 논의를 거쳐 다시 설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에서 정할 세부 기준까지 남아 있어 정부안이 실제 제도로 확정되기까지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