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기준금리 연 3.5%' 시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상환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와 부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이미 7%를 웃돌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는 막히고 기존 차주는 금리 직격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68~7.12%, 변동형은 4.22~6.46%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78~5.98%로 집계됐다.
여기에 현재 3.0% 수준인 기준금리가 향후 0.5%p 추가 인상되고 시장금리와 은행의 조달비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이 8% 안팎까지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리 변화에 따라 가계의 원리금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3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빌렸다고 가정하면 대출금리가 연 3%일 때 월 상환액은 약 126만원이다. 연 4%에서는 약 143만원, 5.5%에서는 약 170만원으로 불어난다. 금리가 연 7.5%까지 오르면 월 상환액은 약 210만원에 달한다.
특히 5년 주기형 주담대를 이용하는 차주들은 올해 금리 재산정 시점을 맞으면서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0.75%수준이었던 2021년 9월 5대 은행 신규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3.14%로, 실제 은행별 주담대 금리는 상품에 따라 4% 중후반대까지 형성돼 있었다.
당시 연 4% 안팎의 금리로 5년 주기형 대출을 받은 차주가 올해 재산정 시점을 맞아 금리가 연 7%대로 높아질 경우 원리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금리 4%와 7.5%를 비교하면 매달 내야 하는 돈이 약 67만원 늘어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800만원의 추가 부담이다. 소득이 같은 상황이라면 그만큼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신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주담대 가산금리는 최초 대출 당시 정해진 수준이 유지되는 만큼, 규제 강화기에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받은 차주는 이후에도 높은 금리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에 높은 금리까지 겹치면서 차주의 부담이 이중으로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확대된 대출 총량도 집단대출, 청년·중저신용자 등 실수요 자금에 우선 배분되고 있어 일반 주담대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관련해 전체 금융권의 올해 가계대출 총량 확대분 30조원 중 일반 주담대·신용대출에 대한 신규 공급 여력은 약 6조∼8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부채 2000조 돌파…금리 상승 충격 ↑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까지 불어난 점은 금리 인상 충격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했다. 국내 가계신용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24조9000억원 늘어 19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 등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가계부채 규모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2023년 말 1886조4000억원이던 가계신용은 2024년 말 1927조3000억원, 2025년 말 1978조8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2분기들어 2000조원을 넘었다.
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2분기 가계대출 증가액 24조9000억원 가운데 기타대출 증가액은 12조8000억원으로 주택관련대출 증가액 12조2000억원을 웃돌았다.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취약차주 연체 진입률 5.5%…금리 더 오르면 '취약고리' 흔들
특히 금리 상승을 견디기 어려운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6.7%를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 6.4%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 비중도 같은 기간 4.9%에서 5.2%로 상승했다.
취약차주에 근접한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18.0%에 달했다. 잠재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중소득·중신용이거나, 이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차주를 뜻한다. 연체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취약차주 가운데 전분기까지 연체가 없었다가 새롭게 연체 상태로 들어간 비율인 연체진입률은 올해 1분기 5.5%로 2015년 이후 장기평균인 4.8%를 웃돌았다.
1년 이상 연체가 이어진 취약차주의 비중도 8.0%로 장기평균 6.4%보다 높았다. 신규 연체차주의 평균 연체액이 연간소득을 웃돌면서 한 번 연체에 빠진 차주가 정상 상환으로 돌아오기도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와 별개로 취약부문의 부실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가격 상승 기대와 위험선호를 억제해 금융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취약부문의 부실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만큼 대출금리 상승 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금리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차주의 상환 부담뿐 아니라 은행의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대출금리가 같은 폭으로 바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금리와 조달비용이 상승하면 결국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가산금리도 비교적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차주가 체감하는 고금리 환경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