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사업비 약 2조원에 달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첫 입찰이 결국 무산됐다. 1곳의 시공사만 입찰해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해서다. 건설사들이 원가와 금융비용 부담 속에서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면서 서울 핵심 정비사업에서도 단독입찰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이 진행한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은 2개사 이상이 참여해야 경쟁입찰이 성립하는 만큼 이번 입찰은 유찰됐다. 한국자산신탁은 조만간 재공고를 내고 2차 입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입찰에서도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관련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시범 재건축은 여의도동 50번지 일대 10만9307.8㎡ 부지에 들어선 기존 1584가구를 철거하고 지하6층~지상59층, 21개동, 2491가구 규모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신축 연면적은 62만295㎡다.
사업비는 약 2조원이며 예정 공사비는 3.3㎡당 1150만원이다. 사업 규모와 입지를 고려할 때 여의도 재건축 사업 가운데 최대어로 꼽혀왔다.
당초에는 건설사 간 수주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5월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금호건설, 대우건설, 제일건설, GS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7개사가 참석했다. 본입찰에서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가 모두 빠지면서 경쟁이 무산됐다.
여의도 핵심 사업지에서도 단독입찰이 나오면서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무경쟁 수주' 흐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비용이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 물량 확대보다 사업성이 확실한 현장을 골라 들어가는 전략을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0대 대형 건설사가 참여한 서울 도시정비사업 입찰 가운데 복수 건설사가 맞붙은 사업장은 3곳에 그쳤다. 나머지 22건은 한 곳만 응찰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했거나 관련 절차를 밟았다.
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압구정 재건축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현재 시공사를 정한 압구정 2~5구역 가운데 경쟁입찰이 이뤄진 곳은 5구역뿐이다. 2~4구역에서는 단독입찰이 이뤄졌고 5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맞붙어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단독입찰이 이어질 경우 사업 속도뿐 아니라 발주자 측 협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이나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복수 건설사의 공사비와 금융조건, 특화설계 등을 비교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수주 가능성이 불확실한 현장에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수익성과 수주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제한적으로 입찰에 나서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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