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DS가 많이 받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메모리가 잘될수록 우리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데 그걸 DX의 실적 부진이라고만 보는 게 맞습니까."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모인 DX(디바이스경험)부문 직원들의 불만은 '반도체보다 성과급이 적다'는 데 있지 않았다. 메모리 호황으로 반도체(DS)부문 실적은 치솟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만드는 DX는 오히려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부 실적만으로 보상을 가르는 현행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었다.
과거 반도체 불황기에는 DX가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쳤고, 현재 DS 안에서도 메모리와 파운드리·시스템LSI의 실적이 크게 엇갈린다. 그런데도 DS는 하나의 부문으로 묶어 보상하면서 DX와의 경계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거리로 나온 동행노조 조합원들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DS와 DX 간 보상 격차를 문제 삼으며 성과보상 체계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 검은 옷 입고 서초사옥 집결…"DX가 왜 성과 없는 부문인가"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사옥 앞에는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동행노조 조끼를 걸친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3시30분을 넘어서면서 집회 대열은 검은 옷을 입은 직원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오후 4시가 지난 뒤에도 백팩을 멘 직원들이 퇴근 후 속속 합류하면서 참가 행렬은 계속 늘어났다.
집회 시작 전 사회자는 참가자들에게 "평택과 달리 이곳은 시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며 "주변에서 마찰이 생기더라도 직접 대응하지 말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당부했다.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대열을 정비하며 본격적인 집회를 준비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DS와 DX의 보상 격차 자체보다 그 격차를 만드는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50대 무선사업부 직원 정모씨는 "2~3년 전 반도체가 어려울 때는 DX에서 낸 수익으로 회사가 투자도 이어가고 버텼다고 생각한다"며 "당시에는 함께 어려움을 감당했는데 지금 DS에서 성과가 났다고 보상에서는 DX를 별개로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어느 정도 보상 차이가 나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그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게 직원들이 느끼는 문제"라고 말했다.
메모리 호황 자체가 DX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메모리 가격이 오를수록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 들어가는 부품 원가는 높아지는 반면, 완제품 가격을 그만큼 올리기는 어려워 DX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30대 DX 직원 이모씨는 "DS가 많이 받는 것 자체는 상관없다"며 "문제는 메모리가 잘 팔리고 가격이 오를수록 DX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데, 그 부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무작정 올리지 않는 전략을 택하면 DX는 일정 부분 수익성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를 단순히 DX의 성과 부족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DS 내부에서도 사업부별 실적 차이가 큰데 DX만 별도로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근 DS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메모리사업부인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사업도 DS라는 틀 안에서 함께 보상받는 반면 DX는 별도로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성과가 있는 곳에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DS 안에서도 모든 사업부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익은 메모리가 주도하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상황이 다르다"며 "그런데도 DS는 하나로 묶어 보상하면서 DX만 따로 떼어 보는 것이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오후 3시50분께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향해 돌아선 뒤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삼성전자 DX부문을 '장례식'에 빗댄 이미지도 등장했다. 곧이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참가자들은 대열을 유지한 채 행진에 나섰다.
메모리 호황으로 DS와 DX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면서 삼성전자 내부의 보상 갈등도 단순한 성과급 규모를 넘어 '어떤 성과를 누구의 몫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날 서초사옥 앞에 모인 DX 직원들의 집회는 그동안 회사 내부에 머물던 갈등이 본격적으로 밖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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