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대규모 기술수출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바이오 투자 심리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국제 학회에서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가운데 하반기 기술수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후발주자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체결한 주요 기술수출 규모는 총 10조원에 달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부터 자가면역질환 분야까지 계약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대형 딜 소식을 전해온 기업은 아리바이오다. 아리바이오는 중국 중국 푸싱제약과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에 대한 글로벌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7조원 수준이다. 기술수출 사례 가운데 대규모로 꼽히는 딜 중 하나다.
AR1001은 먹는 형태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항체 기반 치료제 대비 복약 편의성이 높다. 아리바이오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9월 톱라인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대표적인 R&D 명가로 알려진 한미약품 또한 전날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수출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LAPS GLP-2 아날로그)를 기술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1조9000억원에 달하며, 반환 의무가 없는 확정 계약금(업프론트)만 1129억원이다. 상용화 이후 매출엑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한미약품의 이번 계약은 지난 2020년 MSD와의 기술이전 이후 약 6년 만에 성사된 빅파마와의 딜이다. 기술수출 핵심 경쟁력으로는 회사의 독자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꼽힌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늘려주는 기술이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월 1회 투여하는 단장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같은 날 오스코텍도 미국 제약사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조원이다. 세비도플레닙은 SYK(비장 타이로신 카이네이즈) 저해 기전 기반 후보물질로, 면역세포 활성 조절을 통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업계는 최근 연이어 성사된 기술수출이 단순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 신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바이오 업계는 금리 인상과 제도 변화 등의 영향으로 투자 분위기가 위축된 상태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존재감을 키우면서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파마텍이 거론된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달 27일 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D01'의 미국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DD01은 MASH 치료제 허가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섬유화 개선과 MASH 해소, 두 지표의 동시 달성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며 차세대 MASH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ASH 치료제는 단순 간지방 감소보다 조직생검 기반 섬유화 개선·MASH 해소 데이터가 기술가치 평가의 핵심으로, 이번 임상 결과는 기술수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 기전으로 체중·대사 개선과 간 조직학적 개선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했다는 점 또한 파트너링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강자로 꼽히는 리가켐바이오 역시 추가 기술수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리가켐바이오는 다수의 글로벌 파트너십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 오노약품과의 공동 개발 파이프라인도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리가켐바이오의 차세대 ADC 플랫폼 '콘주올'(ConjuAll)은 종양 세포 내에서 선택적으로 페이로드(약물) 방출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오노약품 등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재 이중 페이로드와, 이중항체 등에 대한 확장 연구가 진행되면서 신규 기술이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사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ADC 후보물질들의 임상이 진전되면서 제3자 기술이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요 후보물질은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LCB14'다. LCB14는 HER2 타깃 ADC로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1a상에서 기존 ADC 유방암 치료제인 엔허투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4명 중 3명에서 부분관해가 확인되며 엔허투 내성 극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한양행도 기술수출 후보군으로 꼽힌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 YH35324(레시게르셉트)다. 이 물질은 기존 표준치료제로 쓰이는 오말리주맙과의 직접 비교 임상에서 더 강하고 지속적인 혈중 유리 IgE 억제 활성을 보였고, 오말리주맙으로 조절되지 않는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군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적응증 확대도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기술수출 성과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력과 임상 경쟁력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후보물질의 가치가 빅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기술수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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