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자격인증제는 불법 스팸과 스미싱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했다. 대량문자 발송망이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광고, 악성 URL 유포의 통로로 악용돼 온 현실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보안 역량과 내부통제를 갖춘 사업자만 시장에 들어오게 하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목적이 곧 좋은 제도를 뜻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전송자격인증제는 범죄 차단의 칼날이 아니라, 자칫 시장의 문턱을 높이는 장벽으로 작동할 위험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제도의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근거를 바탕으로 전송자격인증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왔고, 관련 고시 제정안도 입법예고한 뒤 시행을 추진했다. 절차 자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법문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행정이다. 인증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심사 절차는 예측 가능해야 하며, 신청과 처리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제도는 출발부터 사업자에게 "준비는 하라, 다만 언제 통과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비쳐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송자격인증제는 본질적으로 시장 진입요건을 높이는 제도다. 대량문자라는 디지털 인프라를 사실상 국가가 선별해 허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증을 통해 신원, 보안능력, 내부통제체계, 스팸 차단 시스템을 검증하겠다는 발상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자칫하면 혁신적 중소사업자보다 이미 자본과 인력을 갖춘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결국 "불법 스팸을 걸러내기 위한 제도"가 "새 경쟁자의 진입을 걸러내는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
더 뼈아픈 대목은 적용 방식의 불균형이다. 확인되는 자료상 신규사업자는 인증을 전제로 시장에 들어가야 하고, 기존 사업자는 유예기간 안에 인증을 받는 구조가 운영됐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 안착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르게 읽힌다. 이미 자리를 차지한 사업자에게는 시간을 주고, 새로 들어오려는 사업자에게는 즉시 요건을 들이대는 구조라면, 그 자체가 경쟁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규제는 공정해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규제는 공익이 아니라 기득권을 보호한다.
이 제도가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는, 디지털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가 사전심사를 점점 넓혀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스팸을 막는다는 명분은 정당하다.
하지만 그 명분이 강할수록 정부는 더 엄격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심사 기준은 명확해야 하고, 처리 기간은 예측 가능해야 하며, 사업자 간 적용은 일관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은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출입문을 통제하는 권력이 된다.
전송자격인증제가 정말 필요한 제도라면, 정부는 최소한 세 가지를 먼저 증명했어야 한다. 첫째, 범죄 차단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있는지. 둘째, 제도가 중소·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과도하게 막지 않는지. 셋째,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왜 달라야 하는지. 이 세 가지에 대한 설득 없이 "스팸 방지"만 반복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구호다.
결국 전송자격인증제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스팸은 막고, 경쟁도 막아야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스팸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경쟁까지 막는 순간, 그 제도는 공익을 위한 규제가 아니라 시장을 고착시키는 규제가 된다. 디지털 시대의 안전은 강한 통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며,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규제에서 나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센 통제가 아니라, 더 정교한 법치다.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 산업안전, 중대재해법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