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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여긴 중국 전시장 같네"…메인 무대 뒤흔든 C-테크

기사등록 : 2026-01-0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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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63인치 TV·계단 오르는 로봇에 '환호'
韓, 단독관·경험 중심 '질적 초격차'로 맞불

[라스베이거스=뉴스핌] 김아영 기자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이 개최되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은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진출로 지난해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삼성전자와 SK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빠진 사이 중국 업체들이 메인 구역을 대체하면서 K-테크와 C-테크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ES 2026 행사 이틀 차인 7일(현지시간) LVCC 센트럴홀 중앙부에서는 유독 중국어가 많이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뉴스핌] 김아영 기자 = TCL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 2026.01.08 aykim@newspim.com

이 곳은 과거 삼성전자가 장기간 사용해왔던 LVCC 내 최대 규모 부스지만, 올해는 중국 가전업체 TCL의 차지가 됐다. TCL이 기존에 쓰던 공간은 또 다른 중국 대형 업체 하이센스가 이어받았다. 지난해까지 SK그룹이 대형 전시를 펼치던 핵심 구역에는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드리미가 등장했다. 여기에 창홍 등 다른 중국 중견 업체들도 인접구역에 입점하면서 센트럴홀 중앙부는 사실상 중국 브랜드가 점령한 지형도로 재편됐다.

중국 기업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가전의 자존심인 '초대형' 화면과 '혁신' 이미지를 자신들의 브랜드로 빠르게 대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TCL은 부스 입구부터 'TV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TV)'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130인치 마이크로 RGB TV보다 33인치나 더 큰 크기다. 또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라인인 네오 QNED의 경쟁 모델로 꼽히는 'SQD 미니 LED' 제품군도 대거 선보였다.

[라스베이거스=뉴스핌] 김아영 기자 = 하이센스 100인치 미니ELD TV. 2026.01.08 aykim@newspim.com

하이센스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116인치 RGB 미니 LED TV를 '세계에서 가장 긴 TV'로 홍보했으며 150인치 레이저 TV 전용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창홍 역시 부스 전면에 100인치급 RGB 미니 LED TV를 내세워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가전업계 관계자는 "TCL·하이센스의 부스를 봤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다"면서 "화면 크기나 디자인만 보면 일본·한국 제품과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술력 면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격차는 거의 사라졌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라스베이거스=뉴스핌] 김아영 기자 = CES 2026에서 로보락이 신제품 로봇청소기 시연을 보이고 있다. 2026.01.08 aykim@newspim.com

로봇 가전 분야의 발전 역시 한국의 혁신 이미지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센트럴홀 명당에 자리 잡은 드리미는 본체에 접혀 있던 다리 4개를 펼쳐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이버X'를 시연했다. 문턱을 넘는 수준을 넘어 장애물을 피하고 집게손으로 바닥 물건을 정리하는 고도화된 기능에 관람객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LVCC 인근 베네치안 전시관에 대규모 부스를 차린 로보락의 '사로스 로버' 역시 이족보행으로 계단 다섯 칸을 오르내리며 물걸레질을 하는 등 로봇 청소기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선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국 가전 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과거 압도적이었던 한국의 '초대형·프리미엄' 전략을 중국이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메인 전시장의 중심부까지 내주며 안방 주도권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로봇 가전 시장 점유율에서 이미 중국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중국의 기술은 한국 가전이 설 자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공세 속에서도 국내 기업 제품의 품질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장 메인 홀을 비운 것은 더 깊이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삼성전자가 윈 호텔 단독관을 통해 제품의 방향성과 초연결 철학을 밀도 있게 전달하는 사이 센트럴홀에 홀로 남은 LG전자는 한국 가전 특유의 감성과 완성도를 확인하려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국 부스가 화려한 외형으로 시선을 끌었다면, 한국 기업들은 실제 생활 속에 녹아드는 AI의 깊이와 신뢰도 높은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K-테크'의 본질적인 힘을 증명해냈다는 것이 가전업계 설명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이번 CES를 통해 국내 기업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발견했다고 평가한다.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센트럴홀만 보면 중국 브랜드가 전면에 나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단독관·프리미엄 제품·AI 기반 서비스로 접근법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중국이 외형으로 압박하는 사이 한국은 기술력과 사용 경험으로 차별화하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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