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이상욱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으로 조직을 이끌어왔으나 최근 사의를 표명하면서 LH는 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이른바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조직 수장의 권한과 책임이 단계적으로 하향 이동하는 상황이다. 직제상 상임이사 가운데서는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대대행' 체제가 LH의 핵심 현안 처리와 조직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 재무구조 관리, 내부 개혁 등 굵직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집행의 속도 저하와 내부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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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숙 LH 주거복지본부장 [사진=LH홈페이지] |
◆ 사장→부사장→본부장…LH 사장 직무 대대행 체제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상욱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사장은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공사를 이끌어왔으나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LH는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사장은 이한준 전 LH 사장이 퇴임한 이후 정관과 직제 규정에 따라 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돼 조직을 이끌어왔다. 정관상 부사장은 사장 유고 시 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다만 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통상 2년인 부사장 임기가 종료되면 연임 또는 후속 인선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후임 부사장 인선이나 조직 개편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간 유지돼 왔다. 지난해 11월 이 전 사장 퇴임 이후 사장 공모 절차가 진행되며 당초 올해 1월 중 사장 인선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인선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이 부사장이 더 이상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LH는 지난해 12월 23일 관련 절차에 따라 신임 사장 후보자 3명을 선정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했으나, 공운위는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이 부사장의 사퇴로 LH는 다시 한 단계 낮은 직급에서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꾸리게 됐다. 현행 직제상 부사장 아래에는 주거복지본부, 국토도시본부, 공공주택본부, 경영관리본부 등이 병렬로 배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상임이사인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LH 관계자는 "부사장의 사의 표명 사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직제에 따라 주거복지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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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일러스트=최현민기자] |
◆ 대대행 체제가 불러올 리더십 공백과 정책 추진 부담
업계에서는 이번 대대행 체제가 단순한 인사 변수를 넘어 LH 조직 전반의 운영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부장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대규모 사업 결정이나 중장기 전략 수립에 구조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신규 공공주택 공급 확대, 재정 건전성 관리, 내부 개혁 과제 등은 최고 책임자의 결단과 정치·정책적 조율이 요구되는 사안인 만큼 추진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내부 조직 관리 역시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사 차원의 인사·조직 개편, 내부 통제 강화, 노조와의 관계 설정 등 굵직한 현안을 본부장 직무대행이 주도하기에는 권한과 상징성 모두에서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수년간 각종 논란을 거치며 내부 개혁과 대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의 권위와 장악력이 약화될 경우 조직 내부의 반발이나 혼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사장과 부사장 라인이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의사결정의 무게감이 떨어질 경우 부서 간 책임 전가나 의사결정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직원 사기 저하와 조직 기강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 협력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정책 조율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혁 국면일수록 조직을 강하게 견인할 구심점이 필요한데, 대대행 체제는 구조적으로 관리형 리더십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내부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보단 현상 유지와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