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중국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가계 자산의 높은 부동산 편중 등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데 비해, 한국은 올해 500억달러(악 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건설 수주 성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이 사실상 각자도생의 국면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중국 건설사의 저가 수주 공세를 장기적으로 견뎌내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 中 '일대일로' 앞세워 자재·인력 밀어내기…국영기업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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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뉴스핌] 송현도 기자 = 상하이 도심 전경 2026.01.07 dosong@newspim.com |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내수 침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도 해외 진출 전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내수의 위기를 해외로 퍼 나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일대일로, 21세기 중국몽 실현을 위한 국가 대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총 8854억달러(약 1160조원)를 쏟아부었다.
특히 이 중 건설 계약 규모가 5311억달러(약 696조원)로, 직접 투자(3543억달러)보다 훨씬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전체 사업의 60%가 건설 공사에 집중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내수 부동산 침체로 남아도는 철강, 시멘트 등 자재와 유휴 인력을 해외 건설 현장으로 밀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판을 짠 결과다. 보고서는 "2021년 한 해에만 중국 기업 15곳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451억달러의 실적을 올렸다"며 "중국전력건설(109억달러), 중국교통건설(75억달러), 중국석유화공(42억달러) 등 국영기업들이 정부의 금융 지원을 등에 업고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과 한국은 인구 구조로 인한 내수 침체 위기가 부각된 바 있다. 중국은 2022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한국 역시 합계출산율 최저 기록을 경신하며 생산가능인구 급감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자산 구조 역시 이란성 쌍둥이다. 중국 가계 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60~70%로 여전히 절대적이다. 한국 역시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두 나라 모두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곧장 가계의 부(富) 축소와 내수 소비 침체로 직결된 셈이다.
◆ 韓 민간 홀로 고군분투…금융 지원 등 정부 '팀 코리아' 절실
문제는 대응 방식의 차이다. 중국은 침체된 건설 위기를 해외에서 찾으면서 공격적인 수주 체제에 돌입,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다.
절대적인 기업 수나 매출 규모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지는 이미 오래다. 앞서 지난 2015년 미래에셋증권이 발간한 '한·중·일 건설: 어제와 내일을 읽다' 보고서에서는 "중국 건설회사는 정부 중심으로 발전, 적극적인 인프라 개발 투자 하에 급성장했다"며 "글로벌 상위 건설기업 10개 중 5개가 중국 건설 회사"라고 언급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현재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미국 건설 전문지 ENR가 지난해 8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 250대 건설기업 중 중국 기업은 76개에 달해 한국(12개)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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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글로벌 건설시장 환경변화와 우리 기업의 전략적 대응 현황'] |
한국 역시 지난해 체코 대형 원전 수출 성공에 힘입어 500억달러의 해외 건설 실적이 예고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주요 해외 건설 발주국인 중동, 아시아 국가들의 점유율을 중국으로부터 야금야금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건산연의 '건설동향 글로벌 건설시장 환경변화와 우리 기업의 전략적 대응 현황' 연구에 따르면 국내 해외 건설 기업의 주요 진출 지역인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 국가별 매출액 점유율 변화를 살피면 중국기업의 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중국의 건설기업 매출액 점유율은 19.2%이었지만, 2024년에는 25.3%로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17.3%였던 점유율이 11.7%로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은 2024년 46.6%로 10년(2015년) 사이 26%P 넘게 올랐지만, 한국은 10년전(11.8%)보다 3%P 하락한 8.8%를 기록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최근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들도 유가 변동성 탓에 발주 시 외부 자금 조달을 요구한다"며 "중국은 정부 차원의 차관 제공, 원유 구매권 등을 무기로 재원 조달(Financing) 능력까지 갖추고 들어오기 때문에 단순 시공 능력만으로는 우리 기업이 경쟁하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이 '중국식 물량 공세'를 이길 방법은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뿐이지만, 문제는 '돈'이다. 중국은 국책 은행이 저리로 돈을 빌려주며 수주를 지원하지만, 한국 건설사들은 고금리 상황에서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중국 건설기업의 90% 이상은 국영기업으로 사실상 한국의 LH와 같은 공공기관 성격이다. 기업 손실을 정부가 재정으로 메워주며 버티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민간 기업이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구조다.
건산연 관계자는 "중국은 국영기업이 정부의 재정을 무기로 '팀 차이나'로 움직이는 반면, 한국은 민간 기업들이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며 "우리 정부도 ODA(공적개발원조)와 정책 금융을 연계해 기업들의 금융 조달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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