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5일(현지시간) CES 2026 미디어데이 Q&A 간담회에서 'AI 로보틱스'를 그룹 차원의 핵심 의제로 전면에 내세운 배경과 상용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BD)와 구글 딥마인드의 협업을 축으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고도화하고, 로봇 애플리케이션 개발센터(RMAC)를 통해 제조 현장에서 먼저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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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가운데)이 CES 2026 미디어데이 이후 열린 Q&A 간담회에서 AI 로보틱스 전략과 글로벌 파트너십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정준철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김흥수 현대차·기아 GSO 본부장,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나믹스 CEO, 캐롤리나 파라다 구글 딥마인드 로보틱스 총괄 등이 참석했다. [사진=현대차그룹] |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3년 전부터 생성형 AI, 에이전트 AI,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흐름을 알고 있었고, 자율주행·로보틱스·에어모빌리티까지 AI 전환 국면에서 로보틱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왔다"며 "로봇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규정(define)'하는 게 먼저 중요했고, 그룹 밸류체인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외부 파트너를 어떻게 결합할지 본격화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상용화와 대량생산이 핵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협업의 중심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와 '제미나이 로보틱스'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과 결합해 통합하는 구상이 있다. 캐롤리나 파라다 구글 딥마인드 시니어 디렉터(로보틱스 총괄)는 "제미나이와 제미나이 로보틱스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보틱스와 결합해 통합되는 것이 목표"라며 "함께 적용 가능한 것들을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미 기술 교환을 진행했고 합의된 부분도 있다"며 "로봇을 구글로 보내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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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제조 현장 투입 시점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플레이터 CEO는 아틀라스가 우선 '시퀀싱(sequencing)' 작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품이나 물건을 집어 옮기고, 조립 라인으로 올리는 등 물류·이송 성격의 작업에서 성능을 확인한 뒤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 공장에서 시퀀싱 작업에 아틀라스가 활용되는 건 2028년쯤으로 예상하고, 2030년쯤에는 최종 조립 과정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쟁 구도에 대한 질문에는 '후발주자' 프레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플레이터 CEO는 "후발 주자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스팟, 스트레치 등은 이미 수천 대가 활용되고 있고 판매와 매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프로토타입·파일럿 단계인 반면 우리는 이미 플릿을 대량 투입하고 전 세계에 판매 중"이라고 주장했다. 아틀라스의 차별점으로는 "인간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모션을 가진 '슈퍼 휴먼'"이라는 표현을 쓰며, 여러 작업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확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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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리나 파라다 구글 딥마인드 로보틱스 총괄. [사진=현대차그룹] |
장재훈 부회장도 현장에서 고객 반응을 근거로 "스팟은 소프트웨어 적응력이 다르고 애플리케이션 대응 능력에서 저가 4족보행 로봇과 격차가 있다"며 "내구력과 제조설계도 차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원가 측면을 고려해 B2B, 우리 공장 안에서 쓰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봐야 한다"며,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나 빠르게 범용화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는 그룹 로보틱스 전략에서 '부품·양산체계' 축을 맡는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사장)는 "로봇 사업의 중요한 요소는 첫째 온디바이스 AI 역량, 둘째 그리퍼·액추에이터 등 부품 완성도, 셋째 대량 양산 체계"라며 "모비스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에 집중하면서 향후 스팟·스트레치 등 비(非)휴머노이드로 확장하고, 센서 모듈·제어기·배터리 시스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은 로봇 도입을 '개발-시뮬레이션-현장 재현' 3단계로 정교화한다. 정준철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사장)은 RMAC을 "미국에 설치하는 로봇 애플리케이션 개발센터"로 규정하며 "텔레오퍼레이션으로 기본 행동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으로 다듬어 데이터 정형화한 뒤, 실제 환경과 똑같은 작업환경에서 반복 훈련해 완성도와 안전성을 평가해 공장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물류 작업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적용 작업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일자리 대체 우려에 대해 장재훈 부회장은 "단순하게 노동을 대체한다기보다 부가가치 있는 노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단순 반복·위험·기피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고, 로봇과 관련된 새로운 노동과 일거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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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의 SDV·자율주행 '속도' 논쟁도 간담회에서 거론됐다. 장 부회장은 "늦은 것을 따라가는 것뿐 아니라 뛰어넘을 방법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고, 로보틱스를 하면서 AI에서 어떤 위치를 가져갈지가 핵심"이라며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본다.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조만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GPU 구매를 넘어 SDV·디지털 트윈·로보틱스까지 범위를 넓혀 "파운데이션 모델과 로봇 공장 디지털 트윈 활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는 취임 1년 소회로 "자동차 산업 전체가 어려운 해였고, 미국 관세, IRA 규제, 인플레이션 등 국제 정세가 좋지 않았다"면서도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는 '변화에 강인한 조직 DNA'가 있고, 생산 라인의 유연성은 다른 OEM에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HMGMA에서 10개 모델, 울산에서 12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에는 전략·제품·기술을 결집해 AI와 로보틱스를 합쳐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종료 후 스탠딩 인터뷰에서 장 부회장은 아틀라스 손가락 수(3지→4지) 변화에 대한 질문에 "4개, 5개로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컴퓨테이션과 센서가 같이 가야 한다"며 "우리가 정의한 것은 B2B, 공장 안에서 쓰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이고 원가도 고려됐다. 선행 연구는 계속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공개에 대해서도 "가능성은 다 있고, 42dot과 모셔널 등 내부적으로 해본 것들이 있다. 조만간 전체 전략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늦지 않도록,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서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2028년, 2030년쯤 로보틱스가 그룹 매출에서 차지할 비중"과 관련한 질문에는 "아직 시장이 생성되지 않아 좀 더 봐야 한다"고 밝혔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