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안전교육 현장에 서 있으면 늘 숫자와 마주한다. 사고 건수, 위험요인, 예방률, 교육 이수율.
지진·화재·교통사고는 대비와 훈련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재난이기 때문에 안전교육은 오랫동안 '얼마나 위험을 줄였는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면 교육을 이어갈수록 한 가지 질문이 반복해서 떠오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위험은 과연 무엇인가?
통계를 보면 그 답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거의 '0'에 가깝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 역시 300명 내외, 교통사고 사망자도 2,500명 수준이다. 반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매년 1만4천명에 이른다.
자살은 지진, 화재,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모두 합해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많은 규모다. 자살은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자살이 많이 발생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무엇에는 충분히 대비해 왔고 무엇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위험을 피하는 방법은 열심히 가르쳐 왔지만, 삶을 붙잡게 하는 힘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해 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최근 어린이 안전교육은 사고 유형과 행동 요령 전달에 집중되어 있으나 이는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생명보호 행동으로 연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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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아 성남시어린이교통교육장센터장. |
교통안전교육은 중요하다. 지진·화재 대피훈련 역시 필수적인데 아무리 안전한 도로와 시설을 만들어도 스스로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까지 대신 지켜줄 수는 없다. 안전은 구조물과 제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안전의 마지막 지점에는 '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자살은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무기력과 무가치감, 관계의 단절, 자기혐오, 생명경시등 개인적인 아닌 사회적요인에 의해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을 무너뜨린 결과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의 뿌리는 상당 부분 영유아기 경험과 맞닿아 있다. 어릴 때 어떤 말과 태도 속에서 자랐는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위기 앞에서 스스로 대하는 잘못된 방식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소중한 존재다." "나는 보호받고 있다." "실수해도 괜찮다." 이 감각을 반복해서 경험한 아이는 위험 앞에서 도움을 요청할 줄 알고 좌절의 순간에도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생명존중은 추상적인 윤리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에 형성되는 가장 근본적인 안전장치다. 그래서 생명존중교육은 어른이 되어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다.
영유아기의 생명사랑과 존중은 특별한 교재나 프로그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아이의 감정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는 부모와 교사의 태도, "울어도 괜찮아", "네 마음이 중요해"라는 반복된 언어, 비교보다 존중을, 통제보다 관계를 우선하는 상호작용, 실수와 실패를 위험이 아닌 배움으로 해석해 주는 어른의 시선 속에서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맘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러한 경험은 한두 번의 교육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태도 전체가 곧 생명존중교육이며 그 누적된 경험이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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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자료=보건복지부] 2025.09.12 rang@newspim.com |
이제 전국에 설치된 안전체험관과 교통교육장은 위험을 피하는 공간을 넘어 생명의 가치를 체득하는 교육 공간으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이들 공간에 '생명사랑존'을 상설 공간으로 조성하여 사고예방 교육과 함께 생명 존중·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행동을 통합적으로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생명사랑존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의 탄생과정, 왜 생명이 중요한가?등을 알려 안전교육의 목적을 '사고 감소'에서 '생명 보호'로 확장시키는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
자살예방은 생명존중부터 시작되기에 24년 7월부터 초,중,고교등 기관과 단체사업장에 생명존중문화조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의무화되어 학교등에서 생명존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 교통교육장은 단순한 기능교육의 공간이 아니다. 영유아와 어린이에게 사회가 어떤 곳인지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공공교육 현장이다. 신호를 지키는 이유, 헬멧을 쓰는 이유, 대피 요령을 배우는 이유는 모두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되어야 한다.
너와 나의 소중한 생명은 지켜져야 할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다. 교통안전· 재난안전 교육에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정서적 기반이 결합될 때 안전교육은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로 자리 잡는다.
이것이 바로 안전교육에 생명존중교육을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다. 지진은 대비로 줄일 수 있고 화재는 관리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살은 사람을 살피는 사회가 아니면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아이 한 명을 귀하게 바라보는 어른 한 사람의 태도다.
어린이교통교육장 센터장이자 오랫동안 영유아 안전 정책과 교육을 설계해 온 사람으로서 이젠 안전교육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안전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를 느끼게 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나뿐인 생명을 소중히여기고 사랑할 수 있도록 그 토양을 만드는 일은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부모와 교사,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책무이다.
김경아 성남시어린이교통교육센터장이 행정학적 전문성과 현장 실무를 결합한 안전 교육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센터장은 가천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YJ평생교육원 운영교수를 역임하며 보육 현장의 전문성을 쌓았다. 현재는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 강사로서 안전 교육 전파에 힘쓰고 있으며, (사)한국지진재난안전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아 재난 안전 분야의 대외 협력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남시어린이교통교육센터장으로서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통 안전 교육을 진두지휘하며 안전한 지역사회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