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학계·산업계·전문가들은 기술보다 먼저 모빌리티의 개념 정립과 현실적인 상용화 전략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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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24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모빌리티 혁신성장 포럼'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2025.12.24 chulsoofriend@newspim.com |
24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모빌리티 혁신성장 포럼' 정책토론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정진혁 연세대 교수(모빌리티 혁신성장 포럼 민간위원장)는 "2022년 모빌리티 혁신 논의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모빌리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서야 사회적으로 일정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향후 제정될 국민 교통기본법에 담길 최소 교통권 개념이 모빌리티 정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교통 정책이 정부 주도의 평균적 서비스 제공이었다면, 모빌리티 정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용자 개별 니즈에 맞춘 개인화된 서비스 없이는 모빌리티 혁신도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에 대해서는 AI 기술의 한계를 언급하며 "외국에서 개발된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 환경에서도 그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국내 교통 환경에 특화된 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성호 국토부 모빌리티총괄과장은 "모빌리티는 전통적인 교통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진화한 미래 교통 수단"이라며, 정부 로드맵을 고정된 계획이 아닌 유연한 전략 문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배 과장은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수요응답형 교통(DRT) 등은 기술 발전 속도와 시장 수요에 따라 6개월~1년 단위로 계속 수정·보완돼야 한다"며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실증과 상용화를 병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승욱 항공안전기술원 실장은 도심항공교통(UAM)을 중심으로 항공 모빌리티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도 항공 모빌리티의 정의조차 쉽게 합의되지 않았다"며 "UAM의 성공은 기체 성능이 아니라 기존 교통수단과의 연계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티포트 역시 단순한 입지 문제가 아니라, 지상 교통과의 연결 구조가 핵심"이라며 "자율비행 분야에서는 비정상 상황 대응을 위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국가 차원의 데이터 확보와 증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업계를 대표해 발언한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은 MaaS(통합교통서비스)를 단순한 교통수단 연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 시간이 조금 단축되는 것보다 도어투도어 편의성을 중시하는 이용자가 많다"며 "기계적인 연결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화학적 결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부사장은 신도시보다 기존 도심에서의 모빌리티 혁신이 더 어렵다고 진단하며 "구도심 재편 과정에서 이동·물류·주차까지 연계한 사용자 시나리오 설계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연구를 맡고 있는 유진우 국민대 교수는 최근 자율주행 기술이 기존의 '인지–판단–제어' 방식에서 엔드투엔드(E2E) AI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계 역시 현장의 변화 속도를 체감하고 있다"며 "인력 양성과 학계–산업계 간 연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규정 기반 자율주행의 한계를 실제 사례로 들며 "복잡한 이면도로와 불법 주정차 환경에서는 케이스별 대응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는 AI와 룰 기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상용화의 해법"이라고 꼬집었다.
또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제도 정비를 기다리거나, 제도가 갖춰질 때까지 기술 개발을 멈출 수는 없다"며 "두 트랙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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